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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2025년10월28일 어머니를 먼 하늘로 보내드리고 소천하시기 3일전에 써놓은 시로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가사 --------------------------- 어머니 붉은 노을 물든 강 저편에 어머니가 천천히 저문다 푸른 뚝에 앉아 부르던 이름 메아리는 돌아왔지만 어머니는 멀어져만 간다 잃어버린 소도 돌아왔는데 부르던 이름도 기억 속에 있는데 이젠 다시 부를 수 없는 그곳으로 어머니는 떠날 준비를 하신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손 가장 맛있던 김치 모로 누워 새근새근 웃던 그 모습 이제 다시는 볼 수 없겠지 어머니, 나의 영원한 사랑 이제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열여덟 꽃망초 시절부터 고되고 긴 인생길 걸어오신 미움 속에 그리움 남긴 아버지 끝내 화해하지 못한 이별까지 모두 기억에서 흩어지네 눕고 싶어도 누울 수 없고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엄마의 절대 고독, 그 깊은 침묵 엄만 얼마나 외로웠을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손 가장 맛있던 김치 모로 누워 새근새근 웃던 그 모습 이제 다시는 볼 수 없겠지 어머니, 나의 영원한 사랑 이제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나에게 세상을 안겨준 사람 형제를 선물한 기적 같은 이름 못난 아들을 더 사랑해준 나의 아가페, 나의 어머니 이제 저 하늘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원시 ----------------------------------------- 어머니 잠못 이루는 밤... 병상에 홀로 계신 쓸쓸한 어머니 생각에 끄적인다 어머니가 저문다 대보뚝을 붉게 물들이던 노을처럼 어머니가 저 멀리 넘어가신다. 까까머리 시절 푸른 뚝에 앉아 외치던 여자아이의 이름은 메아리 되어 쉬이 돌아왔건만 꼴먹이다 잃어버렸던 소도 하룻밤 지나면 제발로 찾아왔건만 어머니는 불러도 다시 돌아오지 못할 그곳으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어머니 전상서라 쓰던 편지 영영히 쓸 수 없고, 낭만적인 휴가에도 다시는 볼 수 없는, 매년 담근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김치 다시는 맛볼 수 없는, 온 가족 모일 때 모로 누워 새근히 주무시는 모습 다시는 볼 수 없는, 그곳으로 떠나기 위해 살아온 삶의 지문과 켜켜한 비늘들을 하나씩 털어내고 있다. 꺼져가는 어머니의 호흡은 열여덟 어린 꽃망초 평생 살아야 할 낯선 남자 만나 고되고 험진 팔십 고개 인생길 매일 매일 지워내고 있다 평생 미워했지만 가장 그리워하던 아버지, 끝내 죽음에서도 화해하지 못하고 떠나 보낸 막내이모, 아직 살아있는 언니들과 동생들도 기억의 흔적에서 모두 연기처럼 날려내고 있다. 일평생 자식을 생각하며 살아왔건만 이제 제갈길 가고 남은 어둡고 허전한 공간 옆으로 눕고 싶어도 눕지못하고 일어서고 싶으나 일어나지 못하고 창문에 비치는, 평생 살아온 집도 가지못하는 내 엄마의 절대 고독 얼마나 외롭고 쓸쓸할까 기억 끝에 걸친 그리움은 몸에서 빠져나와 병상에 흥건하지만 입은 메말라 아들아 기다렸다 말한마디 할 기운 미음수저 한소끔도 없어 내 엄마가 그렇게 저물어가고 있다 나에게 지구를 선물한 신 나에게 세상 경험할 기회를 준 신 나에게 외롭지말라 형제 자매 부쳐준 신 그 어떤 신도 이런 기적을 안겨준 적은 없다 아들이 못났기에 못미더워 더 사랑해준 나의 아가페 나의 영원한 사랑 어머니 이제 가면 어느 세상에서 만날 수 있을까? 장례를 치른 후 인사 ------‐----------------- 마지막 입맞춤 어머니께 마지막 선물을 드려야 할 터인데 죽음 앞에서 자식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소천하기 3일 전, 잠 못 이루는 밤에 그저 끄적인 글을 감사하게도 우리 음악감독이 노래로 만들어주었다. 어머니가 천국으로 가는 먼 계단 앞에서 호흡을 가다듬을 때 눈뜰 힘조차 없지만 귀에 바짝 다가가 이 노래 ‘어머니’를 들려 드렸다. 돌아가시기 전날 삶의 찌거지들을 대변으로 몽땅 쏟아내시고 소변 한방울까지 모두 소진한 마지막 순간, 이 노래를 들으시고 어머니는 몸 어디에도 물기가 없음에도 눈물 한 줄기를 눈가에 흘려보냈다. 장례를 준비하고 온 가족이 어머니 영전 앞에 모였다. 찬송가를 부르기 앞서 이 노래를 가족과 함께 들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평소 좋아하시던 성경구절을 하나씩 낭독하며 기도를 시작했다. 온 가족이 소리없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1970년대 가난이 싫어 도망치듯 그 추운 겨울날 서울 객지로 떠난 큰 아들이 연탄불도 없는 냉골에서 잠을 자는 것을 알고 밤마다 우셨던 일. 집이 가난해 어린 딸을 남의 집에 보내야 했고, 학교 대신 쌍방울 공장에서 돈을 벌어야 했던 그 시절. 가난한 살림 때문에 어찌할 수 없어 어린아이처럼 발을 동동 구르던 어머니의 모습이 현현하다. 시집 올 땐 동네 제일의 미인인지라 손하나 까닥하지 않았지만 날이 갈수록 기우는 가세는 어찌할 수 없어 네명의 자식을 키우기 위해 아침마다 수건을 동여맸다. 그렇게 어머니는 이미 허리가 휘어가던 아버지를 닮아갔다. 아들도 보리 꺼끄라기를 뒤집어써야 했고, 가을밤이면 한가로이 노니는 반딧불을 질투하며 밤늦도록 볏다발을 소달구지에 싣고 또 실어야 했다. 농한기에는 문둥이촌(한센병)의 고구마 밭에서 이삭 고구마를 주어야 했고 홀로 이고 지고 오시는 게 안타까워 초등학생 따위가 어른이나 타는 짐자전차로 그 고구마를 싣고 오곤했다. 결국 만경강 새강 다리에서 고구마의 무게에 못이겨 추락, 죽다 살아났던 이후로는 그쳤지만... 막내가 꼴을 먹이다 잠깐 사이에 소를 잃어버렸다. 어머니는 쌀 열 가마니 만큼 비싼 소 때문에 저녁 내내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기적적으로 그 소가 홀로 집으로 돌아왔던 추억. 어머니는 이야기 제조기였다. 여름날이면 동네 아줌마들이 밤마다 목욕하는 곳에 데리고가 수많은 이야기들을 영혼에 채워넣어주었다. 달빛에 비치는 수많은 나신들은 어린 나에게 천국이었다. 동네 사람들마다 기억하기 쉽게 모두 별명을 만들어주었던 어머니. 땡콩, 떼새, 코주부, 펄렁이, 십원짜리 등등... 인공난리(6.25 전쟁) 이야기가 나오면 밤새는 줄 몰랐다. 그 이야기들이 너무 궁금해 수년 전 어머니가 태어난 고향에 모시고 현장 답사를 하기도 했다. 이런 내용들을 하나씩 꺼내며 어머니의 천국행을 기도했다.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눈물은 폭포가 되었다. 그러나 끝내는... 우리 역시 그렇게 힘들게 살아왔지만 어머니와 함께했기에 행복했음을 고백하고 뜨겁게 포옹했다. 우리가 어머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뱃속에서 태어난 이후 가장 뜨겁게 느꼈던 순간이다. 불신의 가정이었지만 지금은 모두가 기독교인지라 예배교회들이 많아 일곱 번의 예배 끝에 입관했다. 창백하지만 고요하게 눈을 감은 어머니의 얼굴을 쓰다듬고 하얀 거즈로 얼굴을 덮을 때 장례지도사에게 잠시 멈춰줄 것을 요청했다. 염습하는 동안 '어머니' 노래를 들려드렸다. 다시는 육신의 몸으로 만나지 못할 어머니에게 마지막 입맞춤을 하며 이 노래를 들려드렸다. ‘천국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일일이 인사를 드린다고 했지만 미처 인사드리지 못한 분들이 있을 겁니다. 용서하시고 제 가족의 슬픔에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기 위해 이 긴 서설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