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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 앨리스에는 항상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기분나쁜 웃음을 짓는 신비한 힘을 가진 체셔 고양이가 등장합니다. 몸의 전체는 물론 일부만 나타났다 사라지게 만드는 순간이동 능력을 가진 이상한 고양이죠. 체셔 고양이는 앨리스 앞에서 천천히 사라졌는데 희한하게도 몸이 전부 사라진 후에도 웃음만은 한참동안 허공에 남아있었다고 하죠. 앨리스는 ‘웃음 없는 고양이는 봤지만 고양이 없는 웃음은 처음본다’며 평생동안 본 것 중 가장 신기한 광경이라고 놀라워 합니다. 체셔 고양이의 물질적 실체라 할 수 있는 몸이 사라졌는데 웃음이라는 비물질적 속성이 어떻게 허공에 남아 존재할 수 있을까요? 물론 소설 속 이야기일 뿐이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재밌는 것은 물질과 속성은 정말로 서로 분리될 수 있다는 겁니다. 오스트리아와 프랑스, 미국의 물리학자로 구성된 국제 연구진이 양자 체셔 고양이 실험이라 명칭된 실험에서 고양이(중성자) 웃음(스핀)이 서로 다른 경로로 이동하는 것을 확인하며 물질과 물질의 속성이 서로 분리될 수 있음을 증명했죠. 모든 실재는 실체를 구성하는 물질들이 서로 어우러지며 생겨납니다. 나가르주나가 그랬듯 모든 존재는 사실상 실재한다 할 수 없으며 실체와 실체가 서로를 비추며 빚어낸 거대한 환상일 뿐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