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는 이미 주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파내는 것,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 │6분 안에 듣는 고전문학 [6분 클래식] скачать в хорошем качестве

‘깊이’는 이미 주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파내는 것,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 │6분 안에 듣는 고전문학 [6분 클래식]

짧지만 깊은 여운을 주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를 6분 안에 뚝딱! 플레이🎵 00:00-04:02 줄거리 재구성 낭독 04:03-06:59 노태훈 문학평론가의 작품 소개 낭독 및 내레이션 │김성현, 장윤실 배우 평론 │노태훈 문학평론가 일러스트레이터 │이나헌 작가 📖 노태훈 평론가의 평론 ✏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는 매우 짧은 단편소설이지만 그의 대표작 『좀머 씨 이야기』, 『향수』만큼이나 유명한 작품입니다. ‘깊이가 부족하다’는 평에 괴로워하던 한 화가가 결국 죽음을 선택하게 되고 그로써 작품은 그 깊이를 역설적으로 획득하게 된다는 이야기인데요. 비평가와 예술가의 구도가 다소 도식적이고 캐릭터도 평면적인 부분이 있는 소품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여러 의미를 곱씹어볼 만한 소설입니다. 우선은 작가가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는 예술가로 왜 ‘젊은 여인’을 등장시켰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교는 있지만 깊이가 없다고 평가받는, 즉 능력은 뛰어나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식의 논평은 왜 여성에게 유독 자주 붙게 되는 것일까요. 일반적으로 찬사가 주어질 일임에도 젊은 여성은 ‘독하다’는 수식을 획득하곤 하는데요.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 사생활, 외모, 스캔들, 가십 등에 대중들이 더 골몰하는 모습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깊이’라는 게 도대체 무엇일까, 질문을 던질 수 있겠습니다. 작품 속 화가는 깊이를 확보하기 위해 ‘공부’를 시작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다른 화가들의 작품을 연구하고, 전문 서적을 찾아 읽어도 깊이라는 것을 알아내기는 어렵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예술에 대해 깊이를 말하는데요. 아마도 깊이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깊이’는 그야말로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화가의 죽음을 계기로 그제야 ‘깊이’를 발견하는 비평가의 모순처럼 ‘깊이’는 이미 주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파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각자의 깊이는 모두 다를 것이고 그것은 각각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깊이 팔 수 있는 사람이 조금 더 풍부하게 읽어낸다’ 정도가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예술가의 ‘신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 작품은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술가는 모름지기 평범한 것을 거부하고 금기를 부수면서 모종의 광기를 가져야 한다고 우리는 믿어 왔습니다. 비범하고 문제적인 삶을 살았던 예술가를 더욱 추앙해 오기도 했고요. 하지만 과연 그것이 예술성을 담보할 수 있는 지점인지, 어쩌면 그런 것들을 통해 깊이가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특히 예술가의 윤리적 태도, 정치적 올바름 등이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현재에는 더욱 그러하고요. 이처럼 「깊이에의 강요」는 고작 여섯 쪽짜리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예술’과 이를 둘러싼 구조에 관해 매우 풍부하고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1995년에 발간한 소설집에 실려 있는데요. 책의 본래 제목은 ‘세 편의 이야기와 한 편의 에세이’입니다. 함께 실려 있는 작품들도 길지 않은 분량이면서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으니 기회가 되신다면 더불어 읽어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를 교보문고에서 https://bit.ly/3rIgcdz #6분클래식 #파트리크쥐스킨트 #깊이에의강요 #고전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