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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 나는 오랫동안 빨간 코끼리만을 그려왔다. 그것은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내 안에서 자라난 또 다른 나의 자아이자 놓지 못한 감정의 형상이었다. 이전 작업에서 나는 ‘해피 페르소나’, 즉 나의 가장 빛나고 행복했던 자아를 코끼리의 형태로 표현한 적이 있다. 그 코끼리는 나의 긍정적인 에너지이자, 삶을 견디게 하는 내면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밝은 존재는 점차 변형되기 시작했다. 기쁨의 잔상은 미련과 집착으로, 빛은 그림자로 스며들었다. ‘집착’은 부정적인 감정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가장 강렬한 생명력이 깃들어 있다. 사랑이 깊을수록, 잃기 싫을수록 우리는 집착한다. 그 에너지는 때로 우리를 병들게 하지만, 동시에 살아 있음의 가장 원초적인 증거이기도 하다. 빨간색은 그 감정의 온도다. 뜨겁고, 위험하고, 그러나 눈을 뗄 수 없는 색. 나는 그 색으로 내 감정의 무게를 시각화하고, 코끼리의 형태 속에 나의 내면을 투영한다. 코끼리는 여전히 나를 대신해 감정을 짊어진 상징적 존재이며, 무겁고 느리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는 마음의 실체다. 이번 작업은 ‘해피 페르소나’의 변이이자, 그 빛의 반대편에 자리한 인간적인 진실을 마주하는 과정이다. 끝내 놓지 못하는 마음, 지워지지 않는 기억, 사라지지 않는 감정. 그것이야말로 내가 붓을 드는 이유이며, 빨간 코끼리가 여전히 내 화면 속을 떠돌고 있는 이유다.//박지현// 장소 : 이비나인 갤러리 일시 : 2025. 10. 10 – 10. 18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