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엄 지한(香嚴智閑, ?-898) скачать в хорошем качестве

향엄 지한(香嚴智閑, ?-898)

[당(唐) 향엄 지한(香嚴智閑, ?-898) 선사 이야기] 향엄 지한(香嚴智閑, ?-898)은중국 등주(鄧州 혹은 靑州라고도 함) 사람으로 속성은 유(劉)씨이며 향엄(香嚴)은 호, 법명은 지한(智閑)이다. 향엄은 중국 당나라 때 선승으로속세에 염증을 느껴 부모님께 하직 인사를 드리고 천하를 떠돌면서 구도여정을 이어가다가 드디어 출가해 백장회해(百丈懷海, 720~814) 선사의 문하에 들어가서 위산 영우(潙山靈祐, 771~853) 등과 함께 수행했으나 깨달음을 얻기도 전에 백장이 죽자 이번에는 사형인 위산을 찾아가 수행했다. 위산선사는 그가 법을 이을 만한 재목임을 꿰뚫어 보고 지혜의 광명을 격발시켜주고자 해서 하루는 위산 선사가 향엄에게 물었다. “그대가 터득한 지식과 견해는 전부 불경이나 조사어록 등에서 얻은 것뿐이다. 그에 대해선 묻지 않겠다. 다만 그대가 아직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나지 않아 동서를 구분하지 못할 때의 본분사(本分事) 즉 ‘부모에게서 태어나기 전 그대의 본래면목은 무엇인가?' 「부모미생전 본래면목(父母未生前本來面目)」이란 화두(話頭)를 참구하고 이에 대해서 한마디[一句] 일러 보아라. 만일 제대로 제시한다면 내가 그대를 인가(印可)해주겠다.“ 이에 향엄이 어리둥절해 하면서 대답을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한참 있다가 숙고(熟考) 끝에 특유의 지식과 말재주를 동원해 몇 마디 했으나 모두가 엉터리였다. 향엄은 ‘부디 선사께서 설해 주십시오.’라고 가르침을 간청하자 위산 선사가 말했다. “내가 설해주면 이는 나의 견해일 뿐이니 그대가 안목을 넓히는데 무슨 이익이 되겠는가?’ 나의 말은 그대의 안목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한다. 스스로가 일러야 그대의 안목이니라.” 이때 향엄은 방으로 돌아와 모든 책을 두루 뒤졌으나 한마디도 대답에 맞는 말이 없었다. 향엄은 그동안 경전과 조사어록을 두루 섭렵하면서 머릿속은 박학다식했지만 본분사를 온몸으로 체득하는 일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에 향엄은 탄식하며 ‘그림의 떡으로는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없구나[畫餅不可充飢]’ 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이번 생에 불법을 익히지 못할 바에는 멀리 떠나 밥이나 축내는 평범한 승려가 돼서 마음의 괴로움이라도 면하리라.’ 라고 다짐했다. 그 길로 그는 책을 몽땅 태워버리기로 했다. 책을 태우는 것을 보고 달려온 학인이 자기에게 책을 달라고 하자 향엄이 말했다. “내가 평생 동안 이것 때문에 피해를 입었는데 그대가 또 피해자가 되려는가?” 향엄은 한 권도 주지 않고 몽땅 불태워버리며 굳은 각오를 했다. “금생에는 불법을 바로 배우지 못했다. 그동안 나를 당할 자가 없으리라 여겼었는데 오늘 위산 선사께 한 방 맞으니 그런 생각이 깨끗이 사라졌다. 이제는 평범한 대중으로 살며 여생을 보내리라.” 향엄은 이런 각오와 함께 눈물을 흘리며 위산 선사에게 하직하고 전국을 유람하다가 향엄산으로 들어가 옛날 혜충(南陽慧忠, ?~775) 국사가 살던 터에 암자를 짓고 수행에 들어갔다. 하루는 마당에서 풀을 매면서 번뇌를 덜고 있는데 풀 속에서 주워 무심코 던진 기왓장 조각이 대나무에 부딪치며 ‘딱!’ 하는 소리가 나는 것을 듣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오며 확연히 깨달았다. 따악! 그 소리에 향엄은 대오(大悟)했다. 자신을 사로잡고 있던 오랜 고민에 대한 해답은 그 고민과는 전혀 무관한 곳에서 튀어나왔다. 나는 깨달을 수 있는가 그저 범부(凡夫)일 뿐인가? 산에 남아야 하는가 하산해야 하는가? 줄기차게 자신을 괴롭히던 고민들이 갑작스러운 타격(打擊) 한 소리에 사라져버렸다. 급히 거처로 돌아와서 목욕재계하고 향을 사르고 멀리 위산 선사가 계신 곳을 향해 절을 올리면서 ‘선사의 대자대비하신 은혜는 부모의 은혜보다 높습니다. 만일 당시 저에게 본분사를 설해주셨다면 어찌 오늘 같은 깨침이 있겠습니까?’라고 찬탄했다. 크게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일격망소지(一擊忘所知)]라는 개오시를 읊었는데 이것이 선종에서 전하는 ‘향엄격죽(香嚴擊竹)’이라는 화두이기도 하다. 일격망소지(一擊忘所知) 한번 부딪히는 소리에 아는 것 다 잊으니 갱불가수치(更不假修治) 가식적인 수련과 다스림은 다시없구나. 동용양고로(動容揚古路) 거동과 용모에 옛길이 드러나도 불타초연기(不墮悄然機) 더 이상 꺼릴 것이 없구나. 처처무종적(處處無踪跡) 어느 곳에 이르든 남긴 발자취 없으리니 성색망위의(聲色忘威儀) 목소리와 얼굴빛으로 위의 떨치지 않으리. 제방달도자(諸方達道者) 여러 방면에서 도통한 사람들이 함언상상기(咸言上上機) 모두 말씀하시길 최상의 근기라 말하는 구나. 선사가 대오(大悟)한 후에 개당(開堂)을 하니 위산 선사가 편지와 주장자를 보내왔다. 이를 받고 선사는 '아이고 아이고' 하면서 울었다. 옆에 있던 제자가 놀라서 물었다. “스님께서는 왜 그렇게 우십니까?” “겨울에 할 일을 봄이 되어서야 시키는구나.”라고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위산 선사의 제자이자 향엄에게는 사형이 되는 앙산 혜적(仰山慧寂, 807~883) 선사가 향엄 지한을 찾아와서 말했다. “스승(위산)께서 사제의 오도송을 보고 칭찬하시던데 그대의 마음 상태가 어떻소?” 하고 물었다. 그러자 향엄이 유명한 게송을 읊어 답했다. 작년 가난은 가난이 아니요 [去年貧 未是貧] 금년 가난이 비로소 가난이로다 [今年貧 始是貧]. 작년에는 송곳 꽂을 땅이 없더니 [去年 無卓錐之地] 금년에는 송곳조차 없더라 [今年 錐也無]. [선문염송(禪門拈頌)]과 [조당집(祖堂集)]에도 나오는 선문답이다. 이 게송을 보고, 앙산 혜적이 다시 말했다. “내가 보기에는 사제는 여래선(如來禪)은 깨쳤으나 조사선(祖師禪)은 깨치지 못한 것 같소.”라고 평했다. 여래선, 조사선에 대한 구분은 육조 혜능(慧能) 대사 때까지는 없었다. 혜능 계통의 마조 도일(馬祖道一)의 문하에서 종래의 선(禪), 특히 북종선과 차별화하기 위해 조사선을 내세우면서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혜능의 남종선에서 자파의 조사선이 월등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종래의 선을 여래선이라 하고 자파(自派)의 선(禪)을 조사선이라고 확실하게 구분한 이는 위앙종(潙仰宗)을 개척한 앙산 혜적(仰山慧寂)이다. 그는 항상 열심히 교학(경전)을 탐구하고 있는 사제(師弟) 향엄 지한(香嚴智閑)을 낮게 보고 그가 대오했다는데, 정말 그런가 하고 시험 삼아 찾아가서 물었다. “그대의 마음 상태가 어떻소?” 그 말끝에 향엄이 말했다. “지난해 가난은 가난이 아니었네. 금년의 가난이 비로소 가난이네. 지난해에는 송곳을 꽂을 땅이 없었는데 금년에는 송곳마저 없구나.” 이 말은 번뇌 망상 등 분별심이 완전히 사라져서 설 자리가 없다는 뜻이고 마음에 남아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향엄의 대답에 앙산은 “사제(아우)는 다만 여래선을 얻었을 뿐 아직 조사선은 얻지를 못했네 (師弟, 只得如來禪, 未得祖師禪).”라고 했는데 이것이 조사선과 여래선을 비교, 구분한 최초의 근거이다. 이 말을 들은 향엄 선사가 다시 게송을 읊었다. 나에게 한 소식이 있으니 [아유일기(我有一機)] 눈 깜박여 그대에게 보였다가 [순일시이(瞬目視伊)] 만약 그 사람이 그걸 모른다고 하면 [약인불회(若人不會)] 따로 사미를 부르리라! [멸환사미(別喚沙彌)] 이에 앙산 혜적(仰山慧寂)이 사제인 향엄 지한(香嚴智閑)이 확실하게 오도(悟道)했음을 인가하고 위산 선사에게도 알려 함께 기뻐했다는 오도선화(悟道禪話)다. 이렇게 해서 위산과 앙산이 더불어 위앙종을 열고 향엄이 그 뒤를 잇게 됐는데 이들에 의해 여래선과 조사선이 확실히 구분됐다. 헌데 이는 여래 즉 부처님 보다는 조사(祖師)를 더 중시한 것이다. 당 말까지 선종 사원에서 법당인 대웅전은 두지 않고 사원에 강당만 두어 아예 부처님을 모시지 않은 것과도 상통한다. 즉, 선종에서는 부처님보다 조사를 더 높이 받들었고 경전보다는 조사의 말씀 즉 조사어록(祖師語錄)을 더 중시했다. 위에 소개된 여래선(如來禪)과 조사선(祖師禪)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선가에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는 유명한 말이다. 스승인 위산 영우 선사와 그 제자인 앙산 혜적 선사의 가풍을 함께 일컬어 위앙종(潙仰宗)이라는 선가 5종의 하나를 수립했는데 사형인 앙산 선사가 사제 향엄 선사를 인가하는 대목이다. 송곳에 대한 이야기는 참으로 멋진 표현이다. 여래의 경지와 조사의 경지가 다를 리가 없지만 앙산 선사는 조사선을 더 높이 표현하고 있어서 후대까지도 그 말에 쫓아 조사선을 높이 보는 경향이 있다. 사실 불교의 완성은 후기 대승불교에서다. 즉, [법화경]이나 [화엄경]의 가르침이 불교의 완성이며 경전의 완성이다. 그런데 불교가 중국에 들어와서 특유의 선도(仙道)와 융합하면서 인간정신의 궁극을 선불교에 두는 경향이 생기게 된 것이다. 그래서 조사선이니 여래선이니 하는 이야기가 성행한 것이다. “지난해의 가난은 가난이 아니다. 금년의 가난이 비로소 가난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송곳을 꽂을 땅이 없었는데 금년에는 송곳마저 없다.”라는 말은 모든 존재가 철저히 텅 빈 공적의 경지를 표현했다. 지극히 고준하다고나 할까. 그러나 “나에게 한 기틀이 있어서 눈을 깜짝하여 그대에게 보이거든 만약 그것을 알지 못하면 따로 사미를 부르리라.”라고 한 것은 그야말로 평상도리(平常道理)다. 즉, 일상의 생활에서 하는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그대로 법이요 도인 것이다. 필요하면 시자인 사미를 부르기도 한다. 무엇이 특별한가. 산이 산이 아니고 물이 물이 아닌 도리는 매우 높아 보이나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인 도리는 그저 평범할 뿐이다. 즉, 부정을 거쳐서 다시 긍정으로 돌아온 경지이다.』 ― 단장 중용 향엄 선사가 대오하시고 일가를 이룬 뒤 앙산 혜적(仰山慧寂) 선사의 뒤를 이어 위앙종의 주인이 돼 많은 제자를 길러내고 많은 법문을 했다. 「향엄상수(香嚴上樹)」 법문이다. 향엄 선사가 대중에게 물었다. “세상사란 이빨로 나무에 매달린 사람의 형편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손에는 의지할 나뭇가지 하나 없고 발에도 디딜 만한 밑동 하나 없다. 그런 상황에서 나무 아래 서 있는 사람이 갑자기 “달마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뭐냐?”고 묻는다 하자. 대답을 안 하자니 기회를 놓치겠고 하자니 떨어져 목숨을 잃게 생겼다. 어떻게 하겠는가?” 대중의 침묵이 꽤 길어졌을 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