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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쁨뉴스 제1264호°*○ 산방산 황혼 3분 33초간의 천문학 ― 해와 달과 지구, 그리고 내가 한 몸이 되어 돌고 있었다 병오년 설날 저녁, 산방산 너머로 해가 기울었다 사라지기 직전 3분 33초 나는 숨을 죽이고 빛이 물속으로 잠기는 것을 보았다 해가 내려간 것이 아니었다 지구가 돌았다 보이지 않는 축을 중심으로 시속 천 사백 킬로미터의 속도로 우리는 함께 회전했다 그러나 바다는 고요했고 산은 침묵했고 내 심장만이 작게 북을 울렸다 태양은 둥근 얼굴을 천천히 지평선에 걸쳤다 그 반원, 그 붉은 절반은 대기가 긴 빛만 남기고 푸른 파장을 흩뜨린 까닭이라 했다 과학은 그것을 산란이라 부르고 나는 그것을 작별이라 불렀다 빛이 사라지기까지 2분이면 충분하다고 천문학은 말한다 그러나 대기는 태양을 붙잡아 조금 더 오래 머물게 했다 보이지 않아야 할 것이 조금 더 보이는 시간 그 여분의 시간 속에 나는 서 있었다 해가 잠기자 서쪽 하늘에 가느다란 은빛 숨결 초승달이 드러난다 태양을 따라 돌던 달이 지구의 자전과 함께 그 하늘을 지나고 있었다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그러나 햇빛을 받아 자신의 얼굴을 건넨다 나는 그 얇은 곡선을 보며 존재의 방식을 배웠다 그 3분 33초 동안 지구는 수십 킬로미터를 스스로 돌며 태양을 따라 백 킬로미터를 나아갔고 달은 자신의 궤도 몇 킬로미터를 미끄러졌고 태양계는 은하의 어둠 속을 쉼 없이 항해했다 그러나 나는 가만히 서 있었다 아니, 가만히 선 것이 아니라 완전히 함께 돌고 있었다 산방산은 움직이지 않는 듯 보였으나 지구와 함께 우주를 건넜고 바다는 잔잔했으나 빛과 시간의 파도를 품고 있었다 고요는 정지가 아니었다. 거대한 운동과 하나 된 상태였다 해가 완전히 사라질 때 하늘은 가장 붉었다 낮아질수록 빛은 깊어졌다 나는 알았다. 사라짐은 끝이 아니라 순환의 한 호흡임을 3분 33초, 짧은 시간, 그러나 자전과 공전과 공전의 공전이 겹쳐 하나의 붉은 점으로 모인 시간 산방산 아래에서 나는 해를 본 것이 아니라 돌고 있는 우주를 보았고 그 우주 안에서 돌고 있는 나를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해와 달과 지구와 나 모두 한 몸으로 저물고 있었다. ㅡ 출처 : "지쁨클럽" 밴드 https://m.blog.naver.com/gss7033/2237... 지쁨클럽 회원은 밴드에 게재된 지난 모든 "지쁨뉴스"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지쁨뉴스는 지쁨밴드에 날마다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