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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라는 저 짐승 코가 참으로 탐스럽다 술 한 잔 걸친 내 코랑 어찌 이리 똑같은가 뿔은 나뭇가지를 이고 가는 지게 작대기 같고 순한 눈망울은 우리 집 누렁이를 닮았구나 하늘을 날아다닌다니 용보다 더한 짐승이오 네 등짝에 타보면 세상 구경 실컷 하겠네 당근 하나 주니 오독오독 씹어 먹는 소리가 박자를 맞추는 듯하여 덩달아 신이 나네 달려라 붉은 코야 밤하늘을 날아라 네가 가는 길이 곧 길이니 거침없이 가거라 반짝반짝 빛나는 코가 등불이 되어주니 어두운 밤길도 대낮처럼 환하구나 이랴 이랴 어서 가자 워워 천천히 쉬어 가자 잘난 체하는 양반 말들은 비단옷 입었지만 투박한 네 모습이 훨씬 더 정감이 가노라 묵묵히 짐 지고 가는 꼴이 우리네 팔자 같아 동질감이 느껴지니 오늘부터 우리는 벗이다 힘들면 쉬어 가고 배고프면 먹고 가라 이 넓은 세상에 급할 것이 무엇이 있더냐 네 발자국 소리에 맞춰 노래 한 가락 뽑으니 서양 사슴도 조선 가락에 고개를 끄덕이네 달려라 붉은 코야 밤하늘을 날아라 네가 가는 길이 곧 길이니 거침없이 가거라 반짝반짝 빛나는 코가 등불이 되어주니 어두운 밤길도 대낮처럼 환하구나 이랴 이랴 어서 가자 워워 천천히 쉬어 가자 눈보라를 헤치고 저 달을 넘어서 가보자 달려라 붉은 코야 밤하늘을 날아라 네가 가는 길이 곧 길이니 거침없이 가거라 반짝반짝 빛나는 코가 등불이 되어주니 어두운 밤길도 대낮처럼 환하구나 잘 가라 내년에 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