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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벽화, “예술적 표현”이라는 세계 최초의 발상

스페인과 프랑스의 동굴들에서 선사 시대의 벽화를 발견한 19세기의 탐험가들은 처음에는 이것들이 진짜 선사 시대의 예술이라는 것을 믿지 못했다. 이 작품에 사용된 기술은 초보적이었다. 나무, 뼈, 동물의 털과 세 종류의 황토 물감이 사용되었다. 하지만 이 ‘원시 미술’들은 현대인에게도 즉각적인 감동을 준다. 자유롭고 힘찬 스케치, 면밀하게 관찰되고 감각적으로 포착된 대상, 훈련받은 전문가의 손으로 그려진 성숙한 전통의 산물은 우리의 눈을 바로 사로잡는다. 같은 시기의 조각들도 비슷한 수준을 보여 준다. 둔부가 풍만한 여성을 묘사한 조각이 많다. 그리고 이 조각들은 모두 양식화되어 있다. 조각가들은 여인들의 임신한 배와 튼실한 엉덩이를 표현했다. 이와 같은 경향은 수천 년 동안 서유럽에서 동쪽의 시베리아에 이르는 대단히 넓은 지역을 풍미했다. 남부 독일의 포겔헤르트에서 발견된 3만 년 전의 말 조각, 프랑스 브라셈퓌, 모라비아의 베스토니스에서 발견된 2만 년 전의 여성 초상화와 조각상들도 이러한 사실적인 작품에 포함된다. 빙하기 유럽의 예술 작품들이 살아남은 것은 그 작품들이 동굴 깊은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동굴들은 우리 조상들이 혹독한 기후를 피해 들어간 피난처이거나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신성한 장소였을 것이다. 그 시기의 다른 문화들도 숙련된 작품을 만들어 냈다. 나미비아의 아폴로 11 동굴에서 발견된 4개의 채색 석판들은 유럽의 어떤 원시 미술만큼이나 오래된 것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원시 미술은 유실되었다. 노출된 바위 표면에 새겨지거나 그려져 비바람에 풍화되어 버린 탓이다. 예술로 삶을 표현한다는 아이디어의 기원을 알아볼 수 있는 단서는 오늘날 오스트레일리아 케니프의 한 바위 표면 위에 희미하게 남아 있다. 그것에는 2만 년 전 인간의 손과 연장들을 표현한 스텐실 판화 작품이 있다. 유사한 기법의 흔적들을 유럽 동굴의 벽에서도 일부 찾아볼 수 있다. 원시 미술의 기능에 대해서는 다양한 학설이 있다. 원시 미술에는 분명히 이야기가 있으며 주술적이고 의식적인 용도가 있다. 동물의 이미지들은 마치 상징적인 제물처럼 몇 번이고 불에 그을러지거나 창이나 화살의 공격을 받았다. 동굴 벽화가 사냥꾼들의 기록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발굽의 형태, 발자국, 배설물, 계절적인 습성, 짐승들이 좋아하는 먹이들은 원시 예술가들이 표현한 주요 소재였다. 하지만 실용적인 기능을 넘어서서 시공을 초월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해 주는 미적인 효과도 분명 존재한다. 원시 예술은 예술을 위한 예술은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 예술이었다. 새로운 종류의 힘이었다. 그 후 예술을 영혼에 자극을 주고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행동에 영감을 주고 생각을 표현함으로써 사회를 비추거나 사회에 도전하는 기능을 수행해 왔다.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 벽화처럼 들소, 말, 사슴들을 그린 이런 원시 동굴 벽화들은 대상에게 모종의 주술적 능력을 행사하려는 목적에서 그려진 것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