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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生)의 마지막 5분: 도스토예프스키의 이야기와 시간의 의미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가 사형 직전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일화는, 인간이 가진 삶에 대한 열망과 시간의 의미를 돌아보게 해주는 유명한 사례다. 그는 28세의 젊은 나이에 반체제 혐의로 체포되어 사형장에 끌려갔다. 1849년 12월, 세묘뇨프 광장에서 사형 집행을 기다리며 죽음의 문턱에 선 그가 받게 된 통보는 “사형 전 마지막 5분을 허락하겠다”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생(生)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그 순간, 도스토예프스키는 어쩌면 인생 전체를 뒤흔드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사형수 도스토예프스키가 마지막 5분 동안 느꼈던 심정은 어떠했을까? 그는 가장 먼저 가족과 친구들을 떠올리며 기도했다고 전해진다. 더 이상 살 수 없음을 직감한 그는, 평소에 소홀히 했던 사랑하는 이들에게 작별 인사를 전하고, 마음속 깊이 자리하던 미안함과 후회를 토로했다. 소설 속에서나 접해 볼 법한 죽음의 상황에서, 그는 비로소 “내가 왜 이토록 많은 시간을 허투루 보냈을까” 하는 통렬한 자각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집행관이 “2분이 지났다”고 알려왔을 때 그는 더욱 다급해졌다. 후회마저도 마음껏 할 시간이 없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생의 마지막 순간이 정말 코앞에 닥치니, 과거의 태만함과 게으름, 사소한 일에 휘둘려 시간을 흘려보낸 날들이 더욱 아깝고 회한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마지막 1분이 다가오자 그는 세상의 모든 사소한 감각마저도 황홀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고 한다. 겨울의 매서운 칼바람이 어찌나 소중하게 여겨졌던지, 그 추운 기운조차 다시는 느낄 수 없으리라 생각하니 눈물까지 흘렀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황제의 전갈이 형장에 도착했다. “사형을 중지하고 유배를 보내라.”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도스토예프스키는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뒤, 자신에게 주어진 ‘또 한 번의 삶’을 결코 낭비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이후 그는 4년간 시베리아 유형지에서 차가운 추위 속에 무거운 족쇄를 찬 채 살면서도 작품을 구상하고 글을 외워두었다. 사형 집행 5분 전의 경험은 그의 삶과 문학을 완전히 바꿔놓은 결정적인 분기점이었던 셈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죽음에서 돌아온 날 밤, 동생에게 편지를 쓰면서 자신의 허송세월을 크게 뉘우쳤다. “조금만 더 젊었을 때 인생의 소중함을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는 후회를 절절히 토로한다. 실제로 그는 이후 삶에서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 5분일지도 모른다”는 각오로 자신에게 주어진 매일을 치열하게 살았다. 그 결과가 우리가 잘 아는 『죄와 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백치』 등 수많은 불후의 명작들이다. 특히 『백치』에 이르러서는 “언제나 이 세상에서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은 단 5분뿐이다. 그 5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남은 일생을 결정짓는다.”라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그에게 있어서 “마지막 5분”은 단지 죽음 직전의 상징적 시간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늘 지니고 있는 “유한한 생의 총체”라 할 수 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다음 순간이 보장되지 않고, 우리의 생명 역시 언제 어떤 식으로 끝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시간은 돈이다(Time is money)”라는 말을 습관처럼 쓰곤 한다. 물론 이는 시간과 자원의 가치를 환기해주는 유용한 표현이지만, 실제로 시간을 단순히 돈과 동등한 가치로만 여기기에는 한계가 있다. 시간을 ‘돈’으로만 환산할 수 있다면, 어느 순간 잃어버린 시간을 다시 ‘돈으로 사들일 수 있다’는 가정이 성립될 터이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한 번 흘러간 시간은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시간을 ‘돈’에 비유하기보다는, 시간을 곧 “내 생명”이라 여기는 인식이 더욱 적절할 것이다. 내 생명이 곧 시간이고, 시간은 끝을 향해 끊임없이 흘러가는 재화가 아니라 바로 “나의 존재 그 자체”인 셈이다. 몽테뉴는 “누군가가 당신에게 돈을 꾸어달라면 주저할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걸리는 자리에 동행해 달라고 하면 의외로 쉽게 응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우리는 ‘돈’은 가치 있게 여기면서, 정작 ‘시간’은 소홀히 대하기 일쑤다. 하지만 우리의 시간을 내어주는 것은 생명의 일부를 기꺼이 할애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 점을 조금만 더 인식한다면, ‘왜 진작 그 시간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를 조금은 덜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사형 직전에서 살아남았다고 해서, 그에게 곧바로 편안한 삶이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이어진 4년간의 시베리아 수용소 유배생활에서 극심한 추위와 고된 노동에 시달렸다. 심지어 글쓰기를 허락받지도 못한 상황이었으나, 그는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작품을 구상했고, 미리 떠올린 장면과 문장들을 암기했다. 종이에 적을 수 없으니 “두뇌 속 공책”을 활용한 셈이다. 혹자는 4년이라는 긴 시간을 눈덩이와 같은 춥고 황량한 지형에서 중노동을 하며 보낸다는 사실에 절망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도스토예프스키는 “죽음의 5분”을 체감한 뒤였기에, 주어진 고통조차도 다시 살아가게 된 삶의 일부로 긍정하며 수용했던 것 같다. 그 시절의 체험과 사색이 그를 ‘러시아의 대문호’로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강추위 속에서 몸은 결박당했을지언정, 정신의 자유만은 결코 구속당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길어 보이지만, 막상 ‘언제 마지막이 닥칠지 모르는’ 유한한 시간의 연속이다. 그러므로 시간 관리는 곧 인생 관리와 직결된다. 흔히 말하듯 “우선순위를 잘 정리하는 것”이 바로 시간 관리의 핵심이다. 어떤 활동이 가장 중요한지,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내가 진짜로 집중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분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일상에서 우리는 종종 “피곤하니 내일 하자”, “이 일은 나중에 해도 되겠지” 하며 시간을 흘려보내곤 한다. 그러나 도스토예프스키가 죽음 직전 5분을 어떻게 애절하게 붙잡았는지 상상해 보면, 그리고 그 5분이 실제로 “인생 전체를 바꿔놓는 힘”을 지녔음을 떠올려 보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안타까운 일인지 절감할 수 있다. 물론 휴식이나 여가를 무조건 ‘낭비’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진정한 휴식과 즐거움 또한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진짜 나를 재충전해 주는 시간’인지, 아니면 단순히 무기력한 도피처인지는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하루를 마감할 때 “오늘 하루, 어떻게 보냈는가?”를 자문해보고, 후회가 남는 부분은 없는지 점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가 훗날 남긴 말 중에, “나에게 마지막 5분이 주어진다면 2분은 동지들과 작별하는 데, 2분은 삶을 돌아보는 데, 그리고 마지막 1분은 세상을 바라보는 데 쓰고 싶다”라는 대목이 있다. 이 말에는 그가 실제로 겪은 극적 상황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는 “언제나 이 세상에서 숨 쉴 수 있는 시간은 그 5분뿐”이라고 역설했다. 이는 단순히 글자 그대로 “5분 후에 죽는다”라는 협박을 스스로에게 가하며 초조해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삶의 순간마다 “이것이 내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심정으로,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충만하게 살라는 메시지다. 많은 자기계발 전문가들은 시간 관리의 핵심으로 ‘새벽 시간 활용’을 강조한다. 이른 새벽은 외부의 방해와 잡음이 최소화되는 귀한 시간대다. 스스로를 단련하고, 하루를 계획하며, 내면의 성찰을 하기에도 좋은 때다. 하지만 동시에 아침잠에 대한 유혹이 크기 때문에, “새벽을 정복해야 나 자신을 정복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도스토예프스키 또한 시베리아의 황량한 새벽 공기 속에서, 글을 쓸 수 없기에 머릿속으로나마 수많은 장면을 떠올리고 문장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기억을 끝까지 붙들었다. 우리는 그 정도의 극한 상황은 아닐지라도, ‘의지’를 발휘하는 작은 습관을 통해 시간을 능동적으로 관리해 볼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유한한 존재이며, 우리의 생명은 언제 멈출지 알 수 없다. 자칫 우울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삶의 순간순간에 더욱 충실해질 수 있다. “마지막 5분”은 결코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각자에게도 언젠가는 엄중한 모습으로 찾아올 수 있다. 그러나 그 두려움만을 강조하려고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죽음에서 돌아온 직후 느낀 벅찬 감정, 그리고 살아 있음을 깨닫는 그 소중함을 기억하며, 우리가 오늘 하루를 사는 태도와 방향을 점검해보자는 것이다. 우리에게 하루가 허락되어 있다면, 그 하루가 모여 결국 ‘평생의 기록’이 된다. 생애 마지막을 회고하며 후회와 아쉬움만 가득하지 않으려면, 바로 오늘 할 수 있는 작은 행동들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