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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관련한 몇몇 생각들

지난 주말의 공원입니다. 봄빛이 짙어지니 겨우내 움츠렸던 공원도 화려한 색깔로 깨어납니다. 그 속에 사는 토끼들도 온 몸으로 봄을 맞습니다. 그리고... 여러 어미토끼들이 아기를 낳아 길러내고 있습니다. 공원에서 태어나고 자란 딸기와 곤지가 아기를 낳아 굴을 벗어날 만큼 자랐고,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고 보호를 받는 중이던 고미도 아기를 낳았습니다. 그 중에서 딸기와 곤지의 아기들 중 현재 여럿이 여러 사람들의 걱정 속에 임시 보호중이고, 일부는 입양이 되었다고 합니다. 고미의 아기들도 입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자연'을 생각합니다. '자연'이란 무엇이고, '자연의 순리'란 어떤 의미이며,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하는가? 참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토끼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생태계 먹이사슬 상의 하위에 위치한 채 '다산'이라는 수단으로 그 종족을 보존해왔습니다. '다산'이라는 것은 자손들 중 상당 수가 천적들에 의해 희생이 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그 종족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의미입니다. 토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토끼들을 사람의 보호 아래 두고, 개체의 폭발적인 증가를 막기 위해 종족보존의 본능을 제거하기도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토끼 입장에서 바람직하고 행복한 일인지는 자신할 수 없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인간들은 모든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인간이 자연에 깃들어 살기보다는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개조하고 혹은 개선이라는 이름으로 파괴해 왔습니다. 동물과 식물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철저하게 상업주의적이고 기능주의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더 긴 이야기는 주제넘는 것 같아 생략합니다. 저는 이십 년 가까이 이곳 공원에 다니며 공원 토끼들을 봐 왔기에, 공원에 살고 있는 토끼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가정에서 잘 양육되는 토끼들은 사고나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면 길면 십여 년, 짧아도 5~8년을 삽니다. 하지만 공원 토끼는 길어야 5~6 년, 대개는 2~3 년을 삽니다. 물론 여러 위협요인들로 인해 더욱 짧은 삶으로 마감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하지만 좁은 집안에서 때로 케이지에 갇혀 주인이 주는 먹이에 의존하며 길게 사는 삶과, 비록 짧고 험난하지만 공원에서 자유롭게 사는 삶 중 어떤 것이 더 나은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습니다. 아마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물론 어떤 경우라고 해도 가정에서 함께 살던 토끼들을 공원에 유기하는 것은 반대합니다. 그것은 토끼를 사랑해서 토끼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서가 아닌 오로지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서 저질러지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그렇게 버려지는 토끼들 중 상당수는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죽어갑니다. 너무 길어졌는데, 어떠한 행동을 하든 그것은 개인이 선택할 부분이지만, 그 행동에 대해 충분히 심사숙고하고, 다른 이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내 방식만 옳다고 고집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봄은 왔지만 여러 가지로 마음은 무겁습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