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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덜 녹은 길가에 웅크린 하얀 눈더미 위로 조심스레 투명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미지근한 온도로 조용히 내 창문을 두드리는 낯선 계절의 인사 겨울 내내 꽁꽁 얼어붙어 있던 내 마음마저 이 비를 맞으면 조금은 말랑해질 수 있을까 두꺼운 외투 주머니 속에 숨겨두었던 두 손을 꺼내 떨어지는 빗방울을 가만히 쥐어보는 옅은 회색빛 오후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정말 봄이 오는 걸까 앙상했던 나뭇가지 끝에 작은 연두색이 맺히고 지독하게 길었던 우리의 시린 계절도 이제는 빗물에 씻겨 흔적 없이 흘러갈 수 있을까 우산 위로 투닥거리는 다정한 위로의 말들 수고했다고, 추운 날 참 잘 버텨냈다고 다독이는 소리 비에 젖은 아스팔트 위로 번져가는 짙은 흙내음에 나도 모르게 자꾸만 깊은 숨을 들이마시게 돼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정말 봄이 오는 걸까 앙상했던 나뭇가지 끝에 작은 연두색이 맺히고 지독하게 길었던 우리의 시린 계절도 이제는 빗물에 씻겨 흔적 없이 흘러갈 수 있을까 겨울과 봄 사이, 그 모호한 경계선에 서서 서서히 지워지는 어제의 차가운 입김과 기억들 그리고 천천히 스며드는 내일의 따뜻한 예감 모든 것이 흠뻑 젖어 다시 완벽하게 새로워지는 이 순간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천천히 젖어 들어도 돼 얼었던 땅을 뚫고 가장 여린 새싹이 피어나듯 비에 젖은 내 낡은 구두 끝에도 가장 먼저 눈부신 봄의 햇살이 내려앉을 테니까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분명 봄이 올 거야 마침내 길고 길었던 잠에서 깨어나는 세상 겨울과 봄 사이에서 내리는 맑은 비 나를 다시 숨 쉬게 하는 가장 투명한 멜로디 이제 안녕, 길었던 나의 차가운 겨울아 이제 안녕, 나의 새롭고 따뜻한 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