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서 99 скачать в хорошем качестве

불안의 서 99

1930년 6월 12일 모든 것이, 심지어 보통 때라면 우리에게 휴식을 주던 것들까지도 우리를 피곤으로 몰아가는 그런 시간이 있다. 우리를 피곤하게 하는 것은 원래가 피곤을 유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하고, 휴식을 주는 것은 얻겠다는 생각에 몰두하다 보니 피곤해진다 모든 종류의 공포나 고통에 앞서는 영혼의 절망적인 낙담 상태가 있다.공포와 고통을 피해가면서 자기 자신에게 외교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사람, 자신의 권태로부터 잘 비켜서는 사람만이 그러한 상태를 알고 있는 듯하다. 그런 식으로 그들은 세상에 대항하여 갑옷을 두른 존재로 변해버리므로, 어떤 돌연한 인식의 순간이 닥치면 두터운 갑옷은 그들을 무겁게 짓누르는 짐이 되고 삶은 전도된 공포가 된다. 그들이 잃어버렸던 바로 그 고통이 되어 그들을 엄습한다. 나는 바로 그런 지점에 와 있다. 여기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이 렇게라도 하여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최소한 확인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까지 하루 종일 잠에 취한 듯이 일을 했고, 꿈에 취한 듯이 계산을 했으며, 몽롱함에 잠긴 채 장부를 작성했다. 하루 종일, 삶은 나에게 짐이었다. 내 눈동자 위에 얹힌 짐, 내 관자놀이를 누르는 짐. 눈에는 잠이 그득하고 몸 속, 관자놀이 뒤편에는 압박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위장에서 예민하게 인식하는 한없는 구토감과 절망적인 패배의식. 삶이란 질료의 형이상학적 착각이며, 비활동성 오류다. 나는 단 한번도 어느 하루가 나를 나로부터 벗어나게 해줄 것인지, 혹은 지금 내가 여기 쓰고 있는 것처럼, 어떤 식으로든 나 자신을 부인하는 내 언어의 빈 잔에 축배를 채워주지 않을지, 기대를 가진 적이 없다. 나는 단 한번도 그런 식의 소망과 함께 바라본 적이 없으며,날이 화창 한지 흐린지 알지도 못한 채 허리를 굽히고 앉아 주관으로 다가오는 바깥 슬픔의 거리, 버림받은 거리 위로 사람들이 지나가는 소음을 듣 고 있을 뿐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며, 내 가슴은 찢어진다. 나는 일 하던 것을 멈추었고, 이대로 꼼짝도 하고 싶지 않다. 비스듬히 기울어 진 필기대 표면에는 존경스러운 세월의 흔적을 가리면서 혼탁한 흰색 압지가 모서리에 고정되어 있다. 나는 삐죽삐죽한 글자들, 집중과 부 주의가 압지 위에 남겨놓은 다양한 자국들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반 대로 써 있거나 뒤집혀져 있는 내 서명도 보인다. 여기저기 숫자들이 흩어져 있다. 내 부주의한 펜 끝에서 나온 별 의미없는 그림들 몇 개. 이 모든 것을 뚫어져라 관찰한다. 마치 압지라고는 구경도 못한 시골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내 뇌는 시각을 주관하는 중추기관 뒤에 서 굼뜨게 움직인다. 내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극심한 피로가 치밀어 오른다. 피로감의 부피가 너무도 커서 내 안에 그것을 위한 공간이 부족할 정도다.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아무것도 갖고 싶지 않다. 심지어는 벗어나고 싶은 것조차, 나에게는 없다. 불안의서99 p.194 / 페르난두 페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