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연인에게서 사진이 왔다 | playlist скачать в хорошем качестве

죽은 연인에게서 사진이 왔다 | playlist

그날 밤, 죽은 연인의 계정에서 사진이 업로드되었다는 알림이 떴을 때, 나는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그저 시스템 오류일 것이라 생각했다. UX 디자이너로서 숱하게 겪어온, 서버의 멍청한 지연 전송 중 하나일 뿐이라고. 핸드폰 화면 속에는 '새로운 사진 1장'이라는 문구가 건조하게 떠 있었다. 나는 맥주 캔을 따며 무심코 갤러리를 열었다. 사진은 내 오피스텔 방을 찍은 것이었다. 정확히는,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소파 맞은편의 TV 장식장을 정면에서 찍은 앵글. "뭐야."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장식장을 확인했다. 똑같았다. 지저분하게 널린 전선, 마시다 만 생수병, 그리고 J와 함께 찍었던 액자까지. 누군가 내 집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건가?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집 안을 살폈다. 현관 도어락은 굳게 닫혀 있었고, 창문엔 방범창이 건재했다. 다시 자리에 앉아 사진을 확대했다. 불쾌한 위화감이 목덜미를 스쳤다. 사진은 평범해 보였지만, 무언가 결정적으로 달랐다. 첫 번째, 조명이었다. 지금 내 방의 형광등은 낡아서 미세하게 깜빡거리고 있었지만, 사진 속의 조명은 시체처럼 창백하고 고정된 빛을 내뿜고 있었다. 두 번째, 시계였다. 장식장 위 디지털 시계는 'PM 11:40'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사진 속 시계의 숫자는 좌우가 반전되어 있었다. 마치 거울 속 세상을 찍은 것처럼. 그리고 세 번째. 사진의 구석, 액자 옆에 노란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내 방엔 없는 물건이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최대한 확대했다. 픽셀이 깨진 글씨가 흐릿하게 드러났다. "사실 나는 미온적인 말들에 소질이 없는데... 너는 멍청하고 거만하고 편협하고..." 숨이 턱 막혔다. 그것은 내가 J에게 썼다가 차마 전하지 못하고 찢어버렸던 편지의 내용이었다. 그게 왜 저 사진 속에, 온전한 상태로 붙어 있는가? 그때였다. 쥐고 있던 핸드폰이 미세하게 진동했다. 새로운 사진이 업로드되고 있었다. 이번 사진은 아까보다 조금 더 가까웠다. 앵글이 TV 장식장에서 소파 쪽으로, 즉 내가 앉아 있는 곳으로 전진해 있었다. 그런데 사진 속에 나는 없었다. 대신, 소파 위에는 내가 입고 있는 것과 똑같은 회색 후드티를 입은, 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그림자가 웅크리고 있었다. 나는 소름이 돋아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이건 몰래카메라가 아니다. 사진 속의 공간은 내 방이 아니었다. 문득, J가 죽기 전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너는 네가 보고 싶은 것만 보잖아. 그래서 네 세상은 좁고 편협해. 난 그 좁은 곳에서 숨 막혀 죽을 것 같아." 나는 떨리는 손으로 다시 첫 번째 사진을 확인했다. 아까는 보지 못했던 디테일이 눈에 들어왔다. 장식장 유리에 비친 촬영자의 모습. 핸드폰을 들고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유리에 비친 것은 텅 빈 허공뿐이었다. 아니, 자세히 보니 유리에 비친 것은 나였다. 하지만 사진 속의 나는 핸드폰이 아니라, 식칼을 들고 있었다. 순간, 머릿속에서 파열음이 들렸다. 기억의 댐이 무너졌다. 49일 전, J가 죽던 날. 나는 사고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리고 나 자신조차 그렇게 믿어왔다. 나의 뇌는 '멍청하고 거만하고 편협하게' 내 죄를 삭제하고 편집해버린 것이다. 내가 살기 위해. 띵동. 세 번째 알림이 울렸다. 나는 화면을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엄지는 제멋대로 갤러리를 새로고침하고 있었다. 세 번째 사진은 검은색 화면이었다. 아무것도 찍히지 않은 어둠. 하지만 화면 중앙에 선명한 흰색 글씨로, 텍스트가 타이핑되어 있었다. "하필이면 이 서러운 우주에서 너를 만나서, 내가"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오피스텔의 현관 센서등이 저절로 켜졌다. 현관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도어락의 키패드 덮개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 삐, 삐, 삐, 삐.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정적을 찢었다. 그것은 내가 J와 공유했던, 나만 알고 있어야 할 번호였다. 철컥. 문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