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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려운데, 나오지 않는 소변…‘급성요폐’의 괴로움

50대 남성 ㄱ씨는 지난 주말 냉방을 강하게 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다 소변이 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화장실이 밖에 있는 곳이어서 더위 탓에 식사 후 나가서 소변을 보려고 생각했다. 10여분 더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방광이 터질 듯한 느낌에 급히 화장실에 갔으나 소변이 나오질 않는 것이었다. 한참이나 힘을 주어도 나올락 말락하다가 실패했다. 결국 ㄱ씨는 전립선이 뻐근한 느낌에 아랫배 통증까지 겹쳐 인근 비뇨기과를 찾았고, ‘급성요폐’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이 요도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배출하고 나서야 식은땀을 훔칠 수 있었다. 급성요폐는 소변이 마려운데 누려 해도 거의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중년 이후 남성, 특히 전립선비대증이 있는 경우에 급성요폐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대한비뇨기과학회에 따르면, 남성 급성요폐 환자의 70%가량이 전립선비대증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에서도 급성요폐가 일어난다. 보통 남성의 방광은 400~500㏄의 소변을 담는데, 요폐가 오면 부풀어 올라 심한 경우 1500㏄ 이상까지 부풀기도 한다. 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유대선 교수는 “방광의 크기가 정상보다 3배 이상 부풀면 아랫배가 볼록하고 탱탱하게 만져지며 심한 통증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전립선비대증은 급성요폐의 흔한 원인이다. 비대해진 전립선이 요도를 압박하면 소변 줄기가 약해지고, 소변 횟수가 평상시보다 증가하거나, 자는 도중에 깨 화장실을 가거나, 소변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는 등의 증상이 생긴다. 특히 전립선에 의해 압박된 요도가 제대로 이완되지 않아 갑작스럽게 급성요폐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방광이 수축하는 힘이 일시적으로 장애를 일으키면 역시 아무리 힘을 줘도 소변이 나오지 않게 된다.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감기약을 복용했을 경우에는 급성요폐가 나타날 위험성이 매우 크다. 감기약에 든 항히스타민제와 교감신경흥분제가 방광근육의 수축력을 저하시키고, 소변이 나오는 길인 방광입구와 전립선의 평활근을 수축시켜 입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립선암이나 요도협착, 복용 중이던 전립선비대증 약물의 중단, 심한 변비나 당뇨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들며 기온이 낮아지고 일교차가 커지면 그리 추운 날씨가 아닌데도 전립선과 방광의 근육 수축이 유발되어 급성요폐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겨울에는 급성요폐 환자들이 심심찮게 응급실을 찾는다. 급성요폐는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방광근육의 수축력이 소실돼 본래의 방광기능이 악화될 수 있다. 이로 인해 방광 내 압력의 상승을 유발하고, 이는 방광 내 혈류량을 감소시켜 산소가 부족한 허혈상태 및 조직의 손상을 초래한다. 결과적으로 방광기능 저하와 변성이 오게 된다. 또한 요관이나 신장이 늘어나는 증상(수신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급성요폐가 발생하면 빨리 통증 경감을 위해 응급처치로 요도에 도뇨관을 밀어 넣어 인위적으로 소변을 배출시킨다. 서울 명동 이윤수·조성완비뇨기과 이윤수 원장은 “급성요폐를 예방하려면 소변을 억지로 참는 것은 금물”이라며 “귀찮더라도 요의를 느끼면 바로 소변을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변을 오랫동안 참게 되면 정작 소변을 보려고 해도 방광근육이 잘 풀리지 않아 급성요폐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긴 영화를 보다가 화장실에 허겁지겁 가서 몸서리를 치는 경우, 급성요폐의 위기를 간신히 넘긴 것으로 보면 된다.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경우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는 것이 급성요폐 예방의 지름길”이라며 “감기약을 먹을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병원에서 감기약을 처방받거나 약국에서 일반약을 구입하기 전 반드시 전립선비대증을 치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