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意識)과 무의식(無意識)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скачать в хорошем качестве

의식(意識)과 무의식(無意識)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인간은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에 대해 오랫동안 질문해 왔다. 우리는 자신이 지금 어떤 것을 ‘생각하고 있음’을 안다. 그러나 정말로 자신의 마음을 다 알 수 있는가? 의식은 분명한 듯하면서도 미묘하고, 무의식은 분명히 작동하고 있는 듯하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의식’과 ‘무의식’이라는 두 영역은 철학과 심리학 전반에 걸쳐 오랜 주제이자 동시에 도전 과제였다. 현대 철학은 데카르트의 “생각하는 나(I think)”로부터 출발해 점차 인간 주체성의 본질을 밝히려 노력해 왔다. 한편으로 프로이트, 니체, 소쉬르, 레비스트로스 등이 제기한 무의식 이론은 우리의 내면이 결코 ‘투명한 자아’로만 구성되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지금부터 우리는 의식과 무의식이 어떻게 사유되어 왔으며, 이 둘이 철학의 어떤 맥락에서 결합·분화되고 또 비판받아 왔는지 살펴보려 한다. 의식(Consciousness)의 어원과 중세적 의미. ‘의식(consciousness)’이라는 말의 어원은 라틴어 동사 conscire에서 왔다. 이는 ‘함께(cum) 알다(scire)’라는 뜻이다. 여기서 ‘함께’라는 접두사는 두 가지 함의를 지닌다. 의식은 언제나 대상 혹은 사물에 대해 열려 있다. 즉, ‘의식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주목하고 인식한다는 뜻이며, 의식은 사물(대상) 없이 성립되지 않는다. 의식은 결코 고립된 주체만의 활동이 아니다. 처음부터 ‘나’와 ‘나 아닌 것’(타자)이 함께할 때에만 의식이 생겨난다. 중세까지 “의식한다”는 표현에는 지금처럼 외부 세계를 지각한다는 의미뿐 아니라, “양심(conscience)”이란 도덕적 측면도 함께 내포되어 있었다. 프랑스어에서 ‘양심의 문제’라고 할 때, 그것은 곧 윤리적·도덕적 책임을 묻는 의미가 된다. 곧, 중세 이전에는 ‘의식’과 ‘양심’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의 뿌리를 공유했다. 의식의 동사적 의미와 명사적 의미. 현대 철학에서 ‘의식(consciousness)’이라는 말은 동사와 명사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다. “나는 의식한다(I am conscious)”는 행위 그 자체, 즉 사유 활동을 가리킨다. “의식이 있다”라고 할 때, 이는 어떤 ‘상태’ 혹은 그러한 상태를 유지하는 ‘실체’를 전제한다. 데카르트의 ‘코기토’는 사유한다라는 행위를 통해 존재를 확신하는 대표 사례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문장은 표면적으로는 행위(생각한다)에서 실체(존재한다)로 이동하는 하나의 추론이다. 데카르트는 여기서 “생각하는 것” 그 자체를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근거로 삼음으로써, 의식을 철학의 기초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순수한 사유의 행위’만으로 ‘실체’를 도출했다는 점에서, 사유와 존재의 괴리를 완전히 해소했는지에 대한 논쟁이 뒤따르게 되었다. 행위(코기토)와 실체(나는 존재한다)의 동일성을 인정하려면 중간에 어떤 논리적 비약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칸트는 데카르트식의 단순한 “생각한다 → 존재한다”라는 추론을 극복하기 위해 ‘순수통각(純粹統覺)’ 개념을 도입했다. 순수통각은 모든 보편적 인식의 가능 조건인 동시에, 사유가 하나의 ‘존재론적 기반’을 지닐 수 있도록 해 준다. 즉, 사유(행위)와 존재(주체)의 분리를 하나의 의식 작용 안에서 통합하려는 시도다. 피히테는 한발 더 나아가 칸트가 제시한 이 ‘의식의 확실성’을 철학과 모든 학문의 궁극적 토대로 세우고자 했다. “나는 나다(A = A)”라는 동일률에 철학의 기초를 두고, 모든 학문도 자아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피히테의 작업은 “근원철학”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후설은 현상학적 환원을 통해 ‘초월론적인 의식’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의 모든 존재와 편견을 괄호 안에 두고, 오직 ‘의식’에만 집중하는 절차를 거치면, 그 자체가 다른 어떤 것에도 의존하지 않는 궁극적·절대적 장(場)이 된다는 것이다. 이로써 후설은 의식을 “철학의 절대적 시작점”으로 삼았고, 이러한 시도는 궁극적으로 ‘의식철학’의 전형을 이룬다. 의식철학에 대한 비판과 의심: 타자, 몸, 그리고 분열된 주체. 그러나 20세기 이후 현대 철학은 “정말로 의식만으로 인간 정신과 세계를 설명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했다. 특히 다음 세 가지 비판점이 두드러진다. 주체의 분열 문제: 의식이 한낱 순수한 자아라는 형태로 존재하는가? 우리는 때때로 모순된 감정이나 사고를 동시에 품고 있기도 하고, 꿈속에서 자신이 전혀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는 데카르트식의 투명한 자아 개념과 충돌한다. 타자와의 관계: 의식철학은 종종 ‘나’라는 주체를 일차적이고 확실한 것으로 놓기 때문에, 타자가 어떻게 ‘나’와 동등한 주체로 인정받는가에 대한 설명이 어려워진다. 후설의 『데카르트적 성찰』에서도 타자(타아)는 결국 ‘나’의식 안에서 재구성되는데, 과연 이것이 참된 타자성을 보장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몸(신체)의 중요성: 순수한 사유는 마치 육체성을 초월한 의식 세계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실제로 몸을 통해 세계를 접한다. 말하자면 감각과 지각, 살(肉體)로부터 분리된 사유는 현실에서 성립하기 힘들다. 후설 역시 후기 저작에서 몸과 생활세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으며, 메를로퐁티에 이르러서는 ‘살(le corps)’의 현상학으로 그 문제의식이 확장되었다. 무의식(Unconscious)의 발견: 의식철학에 대한 또 다른 도전. "나는 나를 알지 못한다. 우리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자신도 알지 못한다." 이 문제는 이미 고대부터 제기된 질문이다. 그러나 철학적 개념으로 ‘무의식’을 본격 도입하고 이론화한 것은 니체와 프로이트가 대표적이다. 니체는 인간의 도덕 체계, 특히 기독교 윤리가 깊은 무의식적 감정인 ‘르상티망(원한)’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았다. 약자가 강자에게 느끼는 억눌린 분노와 시기는 보편적 도덕으로 뒤바뀌어, 자신들의 가치를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이는 의식적으로 표면화되지 않지만, 실제로 역사·도덕의 기저에서 작동해 온 무의식적 힘을 해부하려 한 니체의 통찰이라 할 수 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을 정신구조의 핵심 축으로 파악했다. 그는 우리가 자아(ego)의 주인이 될 수 없으며, 인간의 정신은 무의식(id)을 중심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코페르니쿠스와 다윈이 주었던 ‘인간 중심주의’의 붕괴에 이어, “인간은 자기 의식을 통해서조차 온전히 자신을 통제할 수 없다”라는 사실이야말로 제3의 큰 충격이라는 것이다. 일상적인 실수나 말실수 속에서도 무의식이 드러난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의도하지 않은 발화나 행동은, 억압된 욕망의 표현일 수 있다. 소쉬르의 언어학, 레비스트로스의 문화인류학, 그리고 융의 분석심리학에서도 무의식의 개념은 확장된다. 언어는 개인의 의식적 표현 이상의 구조(랑그)에 기반하며, 주체가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 사회·문화는 집단적인 무의식 구조로 지탱된다. 혼인 규칙이나 친족 구조처럼,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깊은 체계가 사회를 움직인다. 프로이트의 ‘개인 무의식’ 개념에 ‘집단 무의식’을 추가하여, 인류 보편의 심층적 상징과 원형(archetype)을 강조했다. 라캉은 무의식을 언어구조로 파악하여, “무의식은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의 이론에서 무의식은 개인의 내부에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타인과의 상호작용(담화)을 통해서만 나타나는 과정적 현상이다. 의식과 무의식의 상호성: 타자와의 관계, 그리고 몸의 지평. 프로이트 이래의 무의식 개념은 의식철학에 매우 중요한 반향을 일으켰다. 왜냐하면 자기 성찰만으로는 무의식적 동기를 제대로 포착할 수 없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즉, 독백적 모드로 내면을 아무리 추적해봐도, 억압된 요소나 무의식은 감지되지 않는다. 그 무의식적 층위는 타자와의 관계나 언어적 실수, 혹은 예술적 표현 등 주체 너머에서만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현상학도 변화를 겪었다. 후설이 ‘의식’을 환원하여 궁극적 기초로 삼으려 했던 시도는, 무의식의 존재가 의식철학 전체를 뒤흔들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생활세계’ 개념이 주목받았다. 인간이 맨 처음으로 몸담고 있는 이 일상적 세계야말로, 기실 의식과 무의식이 얽혀 있는 복합적 장(場)이라는 것이다. 메를로퐁티는 한발 더 나아가, 우리가 세계를 ‘살’(flesh)로서 공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체는 단순히 의식의 도구가 아니라, ‘내가 세계와 연결되는 접점’이며, 나와 타자가 서로 마주치는 출발점이다. 이는 무의식 역시 신체라는 지평 위에서 성립함을 함의한다. 무의식의 장, 그리고 주체의 형성. 레비나스는 주체가 형성되는 조건에 타자의 존재를 특히 강조했다. “나”라는 주체는 처음부터 투명하고 완결된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무의식 혹은 ‘이리아(il y a)’라 불리는 무인칭의 장이 먼저 있고, 여기에 시간을 통해 등장하는 타자를 매개로 하여 주체가 생성된다고 본 것이다. 이리아(il y a)는 “모모가 있다”라는 가장 원초적인 존재 선언이다. 그러나 이는 아직 ‘나’도 ‘너’도 구별되지 않은 미분화 상태다. 주체가 되려는 나에게 규정 불가능한 방식으로 다가와, 나에게 책임을 지우고, 관계를 요청한다. 결국, 무의식이라는 것은 단순히 자아 내부에 억압된 것이 아니라, 주체 자체가 탄생하기 이전의 집합적인 장이기도 하다는 점이 메를로퐁티, 레비나스 등의 논의를 통해 부각된다. 현대철학의 지평: 의식과 무의식을 넘어. 의식철학이 전개되어 온 궤적을 보면, 한때는 데카르트와 후설의 영향 아래 “의식이야말로 철학의 궁극적 토대”라는 생각이 주류였다. 그러나 니체·프로이트·구조주의·해석학 등 다양한 흐름이 등장하면서, 오늘날에는 의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무의식의 중요성이 명확해졌다. 또한 신경과학의 발전과 함께, 뇌 활동의 상당 부분이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무의식적 과정에서 결정된다는 연구 결과들도 잇따르고 있다. 이는 전통적 의미의 ‘주체적 자아’ 개념을 더욱 흔들고 있으며, 철학자들은 이 지점에서 다시금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 물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