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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 사기 피해 입증 도운 경찰들

(앵커) 지적 장애인이 사기 피해를 당했을 때 주변의 도움이 없다면 피해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거나 설명할 수 있을까요? 최근 지적 장애인의 사기 피해 신고를 받은 울산 경찰들이 밤낮으로 피해 입증에 노력해 가해자 검거까지 성공한 훈훈한 이야기가 전해졌습니다. 박영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8월 30일, 울산울주경찰서 수사과에 한 가족이 사기 피해 신고를 접수하기 위해 방문했습니다 모녀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채업자에게 지난 2천22년 5월부터 자그마치 8억 원가량의 현금을 가져다주며, 직장에서 해고되고 파산까지 신청했단 겁니다. 사건을 맡게 된 수사1팀 경찰들은 신고자들과 대화를 나누자마자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인터뷰) 염호선 / 울산울주경찰서 수사1팀 경장 지능 검사를 받게 하니까 지능이 5, 6세 수준으로 일반인 수준에 비해서 많이 떨어져서... 두 모녀 모두 지적 장애를 갖고 있단 걸 인지한 경찰은 장애인인권단체와 협력해 조사에 나섰고, 피해자가 가장 최근 돈을 가져다줬던 시간과 장소를 파악해 해당 현장의 3개월 치 CCTV를 확보했습니다. 실제로 모녀가 특정 무인택배함에 현금 다발을 넣는 것과 피의자가 돈을 수거해가는 것도 확인됐습니다. 이후 경찰은 구체적인 피해 입증을 위해 계좌 추적에 나섰는데, 세금 조사 등을 피하기 위해 피의자가 계좌 개설을 유도한 탓에 확인된 피해자와 피의자의 계좌만 각각 40여 개씩 모두 86개. 경찰은 이들 계좌와 통화 내역, 피해자가 매일 남긴 메모 등을 밤낮없이 한 달여간 추적한 끝에 피해자가 126차례에 걸쳐 현금 8억여 원을 전달한 사실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후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지난 10월 사채업자를 사칭하던 피의자를 자택에서 검거했는데, 피의자는 피해자 모녀 중 딸의 10년지기 친구였습니다. (인터뷰) 염호선 / 울산울주경찰서 수사1팀 경장 (피해자가) 그동안 믿었었고 엄청 의지했던 친구였는데, 그런 지능이 낮은 점을 이용해서 본인의 집안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서 처음에는 믿지 않았고요. 장애인인권단체는 피해자들이 장애인 등록도 안 돼있던 상황에서 경찰의 도움이 없었다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을 거라며 경찰에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인터뷰) 홍정년 / 울산장애인인권복지협회 대표 (지적 장애가) 신체적으로 장애가 없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세심하게 그리고 헌신적으로 수사를 해준 울주경찰서 수사1팀 경찰관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경찰은 가해자의 계좌에 남아 있던 6억여 원의 피해금액을 몰수 추징하고 수사 과정에서 파악된 추가 피해자 1명에 대해서도 수사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JCN뉴스 박영훈입니다. #울산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