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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바람의 언덕에서

□ 거제 바람의 언덕 – 한려해상국립공원 속 풍경 石田 김경배 경상남도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에 있는 바람의 언덕은 그 이름 그대로 바람의 노래를 담고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일부분인 이곳은, 눈을 감고도 그 바람의 세기를 느낄 수 있을 만큼 강하게 불어온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 속에서 바람은 이곳을 지나며 세월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이 언덕에 올라서면, 한쪽으로 펼쳐지는 풍차가 눈에 들어온다. 그 거대한 날개가 느리게 돌아가는 모습은 마치 지나온 날들의 흔적처럼 보인다. 하늘과 바다, 그리고 풍차가 어우러져 이루는 풍경은 정말 아름답다. 언덕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면, 파도는 잔잔하게, 그 위로 햇살이 금빛으로 반짝인다. 바람의 언덕이라 해서 항상 바람이 강하게 부는 것은 아니다. 날씨에 따라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오는 날도 있지만, 그날조차 바람은 그 존재감을 잊지 않는다. 이곳은 예전에는 거제도 사람들만 알던 숨겨진 장소였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며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게 되었다. 드라마 이브의 화원과 회전목마, 그리고 영화 종려나무 숲 등이 촬영되었고, 그로 인해 바람의 언덕은 이제 거제도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곳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성수기를 제외하면, 여유롭고 고요한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바람의 언덕은 도장포마을 을 기점으로 북쪽에는 바람의 언덕이 있고, 남쪽으로는 거친 해식애 지형인 신선대가 자리하고 있다. 두 곳은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 하나의 여행 코스로 연결되어 있다. 그 사이사이에 흐드러지게 피는 꽃들이 매 계절을 물들인다. 봄이 되면 동백꽃과 유채꽃이 언덕을 장식하고, 여름에는 수국, 가을에는 금계국이 온 산을 물들인다. 이 모든 것이 그곳의 고요한 아름다움을 한층 더해준다. 그 외에도 함목몽돌해변과 해금강이 가까워, 이곳에서의 여행은 바람의 언덕뿐 아니라 주변의 경치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도장포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이나 제트보트를 타고 바다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언덕 위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감동을 준다. 바다 쪽에서 올려다본 풍차와 언덕은 그야말로 그림 같은 모습이다. 예전에 이곳에서 염소들이 뛰놀던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풍차 아래 풀밭에서 자주 보이던 염소들이 어느 순간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그 자리에 남은 것은 풍차의 회전과 바람, 그리고 잔잔한 바다의 물결이다. 그 염소들이 남긴 흔적은 이제 바람과 풍차 속에 스며들어, 그 시절의 소리를 함께 들려준다. 바람의 언덕에서 느끼는 것은 단순한 자연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다. 그곳에서 바람과 함께 흘러가는 시간 속에, 내 마음도 천천히 풀어지는 듯한 여유를 얻는다. 이곳을 찾을 때마다 나는 그 바람 속에 담긴 수많은 기억들을 되새기며, 자연과 시간이 주는 고요한 위안을 찾는다. 이곳에서의 시간이 아무리 짧아도, 그 아름다운 풍경은 언제나 내 마음 속에 깊은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바람의 언덕에서* – 거제 갈곶리에서 石田 김경배 푸른 바다 너머로 바람이 노래를 부른다 흰 풍차는 그 노래에 맞춰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린다 지친 발걸음 하나씩 언덕을 오르며 나는 바람의 귀를 빌려 내 마음의 이야기를 전한다 갈곶리 작은 마을 끝자락 파도와 바람이 나눈 속삭임 그 위에, 사람의 시간이 가만히 내려앉는다 그리움이 있거든 이곳에 두고 가라 희망이 있거든 바람에 실어라 언덕 위 작은 풍차는 오늘도 고요히, 누군가의 꿈을 돌린다 *3월의 바람에, 언덕* 거제 바람의 언덕에서 石田 김경배 겨울의 마지막 숨결이 풀잎 끝에서 흔들릴 때, 3월의 바람은 조용히 언덕을 쓰다듬는다 긴 잠에서 깨어나는 남해의 바다는 눈을 부비듯 출렁이고 풍차는 햇살의 톱니에 맞춰 천천히 돌기 시작한다 낡은 스웨터 틈으로 살금살금 스며드는 봄, 그 설렘을 안고 나는 언덕을 오른다 누군가는 사랑을 고백하고 누군가는 이별을 털어놓고 또 누군가는, 자기 자신과 마주한 채 바람과 눈을 맞춘다 3월의 언덕은 그렇게 모든 사연을 껴안고 끝내, 다시 피어날 계절을 미소로 맞이한다 *바람의 언덕, 동백이 피던 날* 거제, 3월 石田 김경배 바람이 조금은 서툴렀다 겨울을 놓지 못한 듯 여전히 쓸쓸한 목소리로 언덕을 불러세웠다 그때, 너는 동백이었다 바람에 흩어지지 않고 흔들리며, 피었다 빨간 꽃잎, 바람을 거슬러 내려앉은 작은 결심 하나 언덕 위, 눈부시게 선명한 네 마음이었다 나는 그 앞에서 멈췄다 너를 꺾을 수도, 만질 수도 없었다 그저 바람에 흩날리는 네 그림자 한 자락 가슴에 접어 넣었을 뿐 3월의 언덕은 아직 쓸쓸했지만 너로 인해 따뜻했고 바람은 서툴지만 정직하게 네 이름을 불렀다 동백이 피던 날, 바람은 너를 닮았다 *3월, 바람의 언덕에서* – 거제 갈곶리 石田 김경배 바람은 여전히 겨울의 말투를 썼다 햇살은 봄의 인사를 망설였고 나는 그 사이, 언덕을 오르며 마음 한 귀퉁이를 조용히 열었다 흰 풍차는 고개를 천천히 돌리며 바람의 기억을 되짚고 있었고 그 아래, 붉디붉은 동백 한 송이 조용히 피어 있었다 툭— 떨어지지 않은 꽃잎 하나, 세상과 타협하지 않은 자존처럼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바람과 눈을 맞췄다 풍차는 아무 말 없이 돌았고 동백은 아무 말 없이 피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누구도 몰래 누군가의 봄이 시작되고 있다는 걸 *동백과 풍차* – 거제 바람의 언덕에서 石田 김경배 바람은 아직 겨울의 끝을 붙잡고 있었고 햇살은 봄의 문턱을 맴돌았다 나는 그 사이, 조용히 언덕을 올랐다 흰 풍차가 느릿하게 고개를 돌리고 그 아래, 동백 한 송이 붉은 숨결로 피어 있었다 툭, 떨어질 듯 아닌 듯 바람에 흔들리며 말 없는 고백처럼 서 있는 꽃 풍차는 바람을 품으며 묵묵히 계절을 돌리고 동백은 그 자리에 자신의 계절을 피워낸다 나는 한참을 서서 그 둘을 바라보았다 소리 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의 사랑이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바람은 꽃을 기억한다* – 거제 바람의 언덕에서 石田 김경배 바람은 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스치고, 흔들고, 남긴다 언덕 위, 흰 풍차는 그 바람의 언어를 읽는 듯 천천히, 조용히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동백꽃 한 송이, 바위틈에 붉게 피어나 바람을 향해 입술을 열었다 말을 하진 않았지만 그 눈빛이 먼저 피어 있었다 툭— 세상은 꽃잎이 떨어지는 소리조차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쳤지만 바람은, 그 조용한 이별을 기억했다 나는 그 언덕에서 바람과 꽃 사이, 묵묵히 돌아가는 풍차 아래 서서 말없이 사라진 계절들을 한 송이씩 되짚어보았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바람이 진 꽃을 기억하듯 우리도, 흩어진 마음 하나쯤은 언제나 가슴에 품고 산다는 것을 *봄은 그렇게 피었다* – 거제 바람의 언덕에서 石田 김경배 겨울의 끝자락, 바람은 아직 차가웠다 햇살은 수줍어 구름 틈을 엿보며 맴돌았다 그 언덕에 흰 풍차 하나, 바람을 받아 느릿느릿 시간을 돌리고 그 아래, 동백 한 송이 세상 가장 조용한 불꽃처럼 피었다 툭— 지나가던 바람이 꽃잎 하나를 쓰다듬고 떠났지만 그 자리엔 여전히 향기와 온기가 머물렀다 나는 그 순간을 오래도록 바라보다 문득, 알 것 같았다 봄이란 이처럼 조용히, 누군가의 마음 속에 피어나는 것이라는 걸 말없이 서 있는 풍차와 그 아래 붉은 동백, 그리고 바람 한 자락 봄은 그렇게 피어 있었다 *기억의 언덕* – 거제 바람의 언덕에서 石田 김경배 언덕 위 바람은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내게 말을 건넸다 "기억하지 않으려 해도, 모든 것이 결국 여기에 남는다." 그 바람이 지나가면 풍차는 그대로 시간을 돌린다 그리고 그 자리에, 붉은 동백이 피어난다 피고 지는 꽃, 흔들리는 풍차, 모두가 지나가는 시간 속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언젠가는 그 자리에 다시 꽃이 필 것이다 나는 언덕 위에서 바람과 꽃과 함께 기억을 되짚어본다 누군가의 미소, 누군가의 발자국 그 모든 순간들이 이곳에서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고요한 기억들이 남고 내 발자국도 언젠가는 그 언덕에 흔적을 남길 것이다 기억의 언덕은 다시 한 번, 오늘도 꽃을 피운다. *풍차와 바다* – 거제 바람의 언덕에서 石田 김경배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곳에 풍차가 있다 흰 날개는 느리게, 그러나 꾸준히 바람의 길을 따르고 그 아래, 바다의 끝없는 물결은 언제나 그렇게 춤을 춘다 바다는 말없이, 풍차는 천천히 돌며 서로의 존재를 알린다 바람은 두 곳을 이어 바다의 깊이와 풍차의 회전을 조용히 따라가고 있었다 바다의 파도는 노래처럼 밀려오고 풍차의 날개는 그 노래를 받으며 하나씩, 둘씩, 세월을 함께 나누고 있다 내 마음 속에도 그 파도와 바람이 스친다 언젠가 멀리 떠나갈 것을 알면서 그리움만큼은 항상 남아 있을 것이다 풍차는 돌아가고, 바다는 계속해서 넘실거린다 두 소리가 하나로 이어질 때, 나는 그 자리에 서서 조용히 그 길을 따라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