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창(구병모)-책 읽어주는 용훈이, 소리치지 않지만, 그들의 침묵 속에는‘살고자 하는 절박한 몸짓’ скачать в хорошем качестве

절창(구병모)-책 읽어주는 용훈이, 소리치지 않지만, 그들의 침묵 속에는‘살고자 하는 절박한 몸짓’

오늘은 구병모 작가의 장편소설 《절창》을 함께 이야기합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절창(絶唱)’ — 즉, 목숨을 걸고 부르는 노래를 의미합니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인간의 고통과 회복,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잔잔하면서도 서늘하게 노래합니다. 그 노래는 우리가 살아가며 감히 마주하기 어려운 감정들, 예컨대 상실, 분노, 죄책감, 그리고 사랑의 흔적 같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절창》은 화려한 언어보다 침묵에 가까운 서정으로 이야기를 엮습니다. 인물들은 소리치지 않지만, 그들의 침묵 속에는 ‘살고자 하는 절박한 몸짓’이 숨어 있습니다. 1. 상처를 품은 인간의 초상 《절창》의 세계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결함투성이, 불완전한 인간들의 집합체입니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서 작가는 ‘인간다움’을 찾아냅니다. 구병모는 종종 사회의 주변부에 선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삼습니다. 《절창》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보통의 사람들과 조금 다르거나, 세상에서 밀려나거나, 혹은 잊혀진 존재들입니다. 그런 인물들을 통해 작가는 묻습니다. “진짜 인간다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것은 성공이나 완벽함이 아니라, 상처를 인정하고 살아가는 용기에서 비롯된다고 말하죠. 2. 절망 속의 아름다움 《절창》을 읽다 보면 ‘절망’이라는 단어가 자주 떠오릅니다. 그러나 그 절망은 단순한 어둠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빛이 있습니다. 구병모는 어둠을 그리되, 그 안에서 빛의 흔적을 놓지 않습니다. 그녀의 문장은 냉정하지만 따뜻하고, 잔인하지만 아름답습니다. 마치 겨울의 얼음 속에서도 봄의 싹이 자라듯, 《절창》의 인물들은 절망 속에서도 살아 있으려 애씁니다. 그 절박함이 바로 ‘절창’입니다. 살기 위해 부르는, 마지막 노래. 그 노래가 바로 인간의 존재 이유라고 작가는 말하는 듯합니다. 3. 말 대신 남은 것들 이 작품의 인물들은 말이 적습니다. 그들의 마음속엔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그것을 꺼내는 대신 침묵을 택하죠. 그 침묵은 고통의 또 다른 이름이자, 동시에 존엄의 표현입니다. 구병모는 ‘말하지 못한 것들’을 매우 세밀하게 포착합니다. 그녀의 문장은 마치 정지된 시간 속에서, 사람의 표정 하나, 손끝의 떨림 하나까지 포착하는 카메라 같습니다. 독자는 그 장면들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견디는 존재’가 됩니다. 이것이 바로 구병모 문학의 힘입니다. 냉철한 문체 속에서도, 사람을 향한 깊은 연민이 흐릅니다. 4. 죄책감과 구원의 서사 《절창》에는 ‘죄의식’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누군가는 과거의 잘못을 잊지 못하고, 누군가는 자신이 구하지 못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며 밤을 지새웁니다. 그런데 작가는 그 죄책감을 벌로 그리지 않습니다. 그것은 ‘인간으로서의 증거’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기억하는 것, 타인의 고통 앞에서 멈춰 서는 것, 그것이 바로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이유라는 메시지죠. 결국 《절창》의 인물들은 완전한 구원을 얻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다시 노래할 힘’을 얻습니다. 그게 작가가 말하는 구원입니다 — 완벽한 용서가 아니라, 다시 살아갈 용기. 5. 구병모의 문체: 차가운 온기 구병모의 문장은 특이합니다. 겉으로는 매우 절제되어 있고, 감정 표현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절제 속에 숨은 감정은 뜨겁습니다. 그녀의 글은 마치 눈 덮인 들판 아래에서 보이지 않게 타오르는 불씨 같습니다. 《절창》을 읽는 독자는, 문장에 직접적인 감동을 받기보다, 문장과 문장 사이의 ‘침묵’에서 울림을 느낍니다. 그것이 구병모의 미학입니다. 보이지 않게,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감정. 6. 절창 – 삶의 노래로서의 의미 이 책의 제목 ‘절창(絶唱)’은 단순히 비유적 표현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물들의 생존 방식입니다. 그들은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노래합니다. 그 노래는 누군가에게 들려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한 소리입니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다시 묻게 됩니다. 우리는 왜 고통 속에서도 계속 살아가려 하는가? 왜 쓰러지면서도 다시 일어서려 하는가? 구병모는 말없이 대답합니다. “그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절창은 인간의 존엄에 대한 찬가입니다. 비록 목소리는 작고, 상처투성이일지라도 그 노래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희망입니다. 7. 관계의 균열과 연결 《절창》은 관계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가족, 연인, 친구, 그리고 낯선 타인. 인물들은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만,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그 거리감 속에서 오히려 인간의 진실이 드러납니다.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그 불완전한 관계 속에서 서로의 온도를 느끼는 것, 그것이 인간의 방식입니다. 작가는 이 미묘한 관계의 균열을 따뜻하게 바라봅니다. 끊어진 듯 이어지고, 멀어진 듯 다시 다가오는 인간들의 관계. 그 불완전한 연결이 바로 인생입니다. 8. 구병모가 전하는 메시지 《절창》을 덮은 뒤 남는 건, 거창한 교훈이 아닙니다. “살아 있음의 무게.”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아름다움.” 이 소설은 고통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통을 껴안으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구병모의 인물들은 영웅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은 마지막까지 ‘자기 방식의 노래’를 부릅니다. 그것이 이 작품이 가진 위대한 울림입니다. 9. 인생의 절창, 나의 절창 결국, 《절창》은 한 사람의 이야기이자, 모든 인간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절창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한 노래가 아니라,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속삭임입니다. 삶이 힘들고, 세상이 무심할 때, 조용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 그것이 바로 ‘절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