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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애굽기 29장은 앞장에서 규정된 제사장의 거룩한 옷에 이어, 그 옷을 입고 하나님 앞에 설 자들이 어떻게 거룩하게 구별되는가, 즉 제사장 위임식의 전 과정을 본문 흐름에 따라 상세히 보여주는 장이다. 이 장은 제사장이 단번에 만들어지는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명령과 희생, 피와 기름, 그리고 시간 속에서 점진적으로 세워지는 존재임을 분명히 드러낸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아론과 그의 아들들을 제사장으로 거룩하게 구별하기 위해 반드시 행해야 할 절차를 하나하나 명령하신다. 먼저 흠 없는 수송아지 한 마리와 숫양 두 마리, 그리고 누룩 없는 떡과 기름 섞은 과자, 전병을 준비하게 하신다. 이 준비물들은 단순한 제물이 아니라, 제사장의 죄 사함과 헌신, 그리고 하나님께 속한 존재로의 변화를 상징하는 도구들이다. 모세는 아론과 그의 아들들을 회막 문으로 데려가 물로 씻게 하는데, 이는 제사장 직분의 시작이 외적인 정결에서 출발함을 보여준다. 하나님 앞에 서는 자는 먼저 씻겨야 하며, 이는 인간의 노력 이전에 하나님의 정결케 하심이 필요함을 암시한다. 이후 모세는 앞장에서 규정된 거룩한 옷들을 아론에게 입힌다. 속옷과 겉옷, 에봇과 흉패, 관과 성패에 이르기까지 모든 옷이 차례대로 입혀진다. 이는 아론이 개인 아론으로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정하신 대제사장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입는 과정이다. 그 다음 모세는 관유를 가져다가 아론의 머리에 부어 기름을 바르는데, 이는 하나님께서 그를 특별한 직무로 세우셨음을 선포하는 행위이다. 기름 부음은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와 권한이 그 사람 위에 머문다는 상징이다. 아론의 아들들도 그 옷을 입고 띠를 띠게 되며, 제사장 직분이 개인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가문을 통해 이어질 것임이 드러난다. 본격적인 제사 절차는 속죄 제물로 드려지는 수송아지로 시작된다. 아론과 그의 아들들은 그 머리에 손을 얹어 자신의 죄를 전가하고, 모세는 그 송아지를 잡아 그 피를 제단 뿔에 바르고 나머지는 제단 밑에 쏟는다. 피는 생명을 의미하며, 제사장조차 하나님 앞에 나아가기 위해서는 피 흘림을 통한 속죄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강조된다. 송아지의 기름과 내장은 제단 위에서 불사르고, 고기와 가죽과 똥은 진 밖에서 불태우게 하시는데, 이는 죄가 하나님 앞에서 제거되어야 함을 보여주는 상징적 행위이다. 그 다음 첫 번째 숫양은 번제로 드려진다. 역시 아론과 그의 아들들이 머리에 손을 얹고, 숫양을 잡아 피를 제단 사방에 뿌린다. 이 번제는 전부 불살라 하나님께 드려지며, 이는 제사장들이 자신의 삶 전체를 하나님께 바친다는 헌신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님은 이 제사를 “향기로운 냄새”로 받으신다고 말씀하시며, 헌신이 하나님께 기쁨이 됨을 보여주신다. 이어지는 두 번째 숫양은 특별히 “위임식의 숫양”으로 불린다. 이 제사는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모세는 그 피를 가져다가 아론과 그의 아들들의 오른쪽 귓부리와 오른손 엄지, 오른발 엄지에 바른다. 이는 제사장의 귀가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데 거룩해지고, 손이 하나님의 일을 행하는 데 사용되며, 발이 하나님의 길을 걷는 데 쓰여야 함을 상징한다. 제사장의 삶 전체가 하나님께 속해야 함이 몸의 가장 중요한 부분에 피를 바르는 행위로 표현된다. 또한 이 숫양의 피와 관유를 섞어 아론과 그의 옷, 그의 아들들과 그들의 옷에 뿌리게 하시는데, 이는 제사장 개인뿐 아니라 그들이 입는 옷과 직분 자체가 거룩하게 구별됨을 의미한다. 이후 제단 위에 올려 불사르는 부분과 제사장이 먹는 부분이 구분되는데, 하나님께 드려지는 몫과 제사장이 누리는 몫이 분명히 나뉘어 있음을 통해,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질서가 드러난다. 이 모든 위임식 절차는 하루로 끝나지 않고, 칠 일 동안 반복되어야 한다. 하나님은 매일 속죄 제사를 드려 제단을 정결하게 하고 거룩하게 하라고 명령하신다. 이는 제사장의 거룩함이 단발적인 행위가 아니라, 지속적인 헌신과 반복되는 순종 속에서 유지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또한 하나님은 제단이 지극히 거룩해져서 제단에 접촉하는 모든 것이 거룩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하신다. 장 후반부에서 하나님은 매일 아침과 저녁에 드려질 상번제를 규정하시며, 이 제사가 이스라엘 세대에 걸쳐 계속될 것을 말씀하신다. 이는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의 관계가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날마다 이어지는 동행임을 강조한다. 하나님은 이 제사를 통해 회막 가운데 임재하시고, 이스라엘 자손 가운데 거하시며, 그들의 하나님이 되시겠다고 선언하신다. 이 장의 결론은 제사 제도 그 자체보다도, 하나님이 백성 가운데 거하시겠다는 약속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출애굽기 29장은 제사장이 어떤 존재로 세워지는지를 매우 엄숙하고도 치밀하게 보여준다. 피와 기름, 반복되는 제사와 정결 의식은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말해준다. 동시에 이 모든 과정의 목적은 하나님이 이스라엘 가운데 거하시기 위함이라는 점에서, 제사장 제도는 단순한 종교 체계가 아니라 하나님과 백성이 함께 살기 위한 통로임이 분명히 드러난다. 하나님은 거룩하신 분이지만, 그 거룩함 속으로 백성을 끌어들이기 위해 제사장을 세우시고, 철저한 준비와 은혜의 질서를 마련하신다. 이 장은 거룩함이 두려움만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동행을 가능하게 하는 은혜의 방식임을 깊이 있게 보여주는 본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