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공협정, 2차세계대전 전초전의 서막을 연 외교전 скачать в хорошем качестве

방공협정, 2차세계대전 전초전의 서막을 연 외교전

1936년 11월, 세계는 조용하지만 의미심장한 움직임을 포착하게 된다. 독일 베를린에서 나치 독일과 일본 제국이 손을 맞잡고 하나의 협정에 서명한 것이다. 이 협정은 명목상으로는 국제공산주의, 특히 소비에트 연방의 코민테른 활동을 저지하기 위한 공조를 표방했다. 그러나 이른바 ‘방공협정(Anti-Comintern Pact)’은 단순한 반공 동맹 이상의 함의를 지닌 국제외교사의 전환점이었다. 이는 두 나라가 이념을 핑계 삼아 세계 재편을 노리는 전략적 결속의 시작이었고, 결과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으로 향하는 외교적 카운트다운의 첫 박자였다. 방공협정은 국제사회의 기존 질서를 허무는 위험한 선례를 만들었다. 독일과 일본은 이를 통해 공산주의에 맞서는 명분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각자의 팽창주의적 야욕을 정당화할 수 있는 공동의 외교무기를 쥐게 되었다. 히틀러는 이 협정을 통해 유럽 내 반소 감정을 고조시키며 동부 유럽 침략의 교두보를 마련했고, 일본은 아시아 대륙에서의 세력 확장을 더욱 본격화할 수 있었다. 당시 유럽 강대국들, 특히 영국과 프랑스는 이 협정의 저의를 간과하거나 축소 해석했으나, 역사는 그것이 치명적인 오판이었음을 입증하게 된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 방공협정이 이후 이탈리아의 합류로 이어지며 ‘베를린-로마-도쿄’로 이어지는 추축국의 구도를 형성했다는 사실이다. 이 세 국가는 각자의 대륙에서 제국주의적 야망을 실현하고자 했고, 그 출발점에는 ‘공산주의 견제’라는 정치적 장막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실상은 파시즘과 군국주의의 공조 체제가 태동한 것이며, 이것은 국제사회가 유기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틈을 타 2차 세계대전이라는 전면전으로 비화하게 된다. 따라서 방공협정은 결코 단순한 외교 문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세계 질서를 흔들기 시작한 작은 진동이었고, 이후 인류가 맞이할 전쟁의 서곡이었다. 이번 글에서는 방공협정의 체결 배경과 실질적 목적, 그리고 그것이 2차 세계대전 전초전으로 작용하게 된 경과를 면밀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침묵 속에 맺어진 그 외교 문서 한 장이 어떻게 세계대전을 부른 서막이 되었는지를 추적하는 일은, 지금의 국제 정세를 이해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방공협정, 외교의 탈을 쓴 전쟁 동맹의 실체 1. 방공협정의 탄생 배경과 목적 1936년 11월 25일, 독일 베를린에서 체결된 방공협정(Anti-Comintern Pact)은 겉으로 보기엔 ‘국제 공산주의’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위적 성격의 협정으로 비춰졌다. 그러나 그 실체는 보다 복합적이고 전략적인 계산에 기반한 것이었다. 당시 독일은 히틀러의 주도 아래 유럽 재편을 목표로 전쟁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었고, 일본 역시 만주사변(1931) 이후 중국 본토로의 침략을 확대하며 제국주의 노선을 걷고 있었다. 양국은 공산주의와 소비에트 연방에 대한 적대감을 공유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단지 명분에 불과했다. 히틀러는 공산주의를 이용해 자국 내 보수세력을 결집시키고, 유럽 국가들의 경계심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본 역시 소련과 국경을 맞댄 만주 지역에서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독일과의 외교적 연대를 통해 동북아에서의 세력 균형을 유리하게 조정하고자 했다. 결국 방공협정은 이념적 반공을 내세운 현실 정치의 산물이며, 그 목적은 철저히 자국의 팽창주의를 정당화하고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피하려는 데 있었다. 2. 협정의 주요 내용과 구조 방공협정의 핵심 조항은 두 가지다. 첫째, 양국은 코민테른(Comintern: 공산주의 인터내셔널) 관련 정보와 활동을 공유하고 상호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 둘째, 만약 어느 한 나라가 코민테른의 위협을 받아 피해를 입을 경우, 상대국은 이를 지원해야 한다는 ‘상호 원조’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조항은 단순한 정보 공유 수준을 넘어서 사실상 군사적 개입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었으며, 이는 외교협정보다 군사동맹의 성격에 가까웠다. 흥미로운 점은 이 협정이 소련을 명시적으로 겨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협정의 전후 맥락과 당사국들의 움직임을 볼 때, 실질적으로는 소련을 겨냥한 ‘간접적 적대 선언’으로 해석되었다. 당시 영국과 프랑스는 이 협정을 소극적으로 해석했고, 미국은 격렬한 비판을 피했으나 경계심을 드러냈다. 방공협정은 명백한 전쟁 준비의 외교적 포장지였다. 3. 이탈리아의 합류와 추축국 체제의 형성 1937년, 이탈리아가 방공협정에 가입하면서 협정은 단순한 양자간 조약에서 다자간 군사동맹의 기반으로 확장된다.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정권은 에티오피아 침략으로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었기에, 독일과 일본이라는 강력한 파트너와의 연대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했다. 그 결과 1938년에는 방공협정이 보다 공고화되며, ‘베를린-로마-도쿄’ 삼각 축이 본격화된다. 이 세 국가는 명분상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정치 체제를 수호한다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각자의 야욕을 실현하기 위한 이익 공동체에 불과했다. 독일은 오스트리아와 체코슬로바키아 병합을, 일본은 중국 침략을, 이탈리아는 발칸 및 북아프리카 팽창을 꿈꾸며 서로의 군사적·외교적 뒷배가 되어주었다. 그리하여 방공협정은 점차 외교 문서에서 전쟁 동맹으로 변화해갔다. 4. 방공협정의 영향과 2차세계대전의 전초전 역할 방공협정은 단순한 이념 공조가 아닌 전쟁을 준비하는 국가 간의 실질적 연합이었다. 협정 체결 직후 독일은 스페인내전에 프랑코를 지원하며 실전 무기 실험을 감행했고, 일본은 중일전쟁(1937)을 본격화하며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이때 소련은 중국 국민당 정부를 은밀히 지원했고, 이는 일본과 소련 간 국경 분쟁으로까지 확산되었다. 특히 1939년 할힌골 전투에서 소련군이 일본 관동군을 격파하면서, 방공협정 체제는 일시적인 전술적 균열을 겪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공협정은 2차세계대전 발발의 중요한 촉매로 작용했다. 1939년 5월, 독일과 이탈리아는 ‘강철협약(Pact of Steel)’을 체결해 군사동맹을 공식화했고, 같은 해 9월, 독일은 폴란드를 침공하며 전면전의 포문을 연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독일과의 동맹을 재확인하며 1940년에는 ‘삼국동맹’을 맺어 방공협정을 군사동맹으로 진화시킨다. 이로써 방공협정은 명실상부한 추축국 체제를 구축하는 초석이 되었다. 5. 국제사회의 반응과 실패한 억제 정책 당시 국제사회, 특히 영국과 프랑스는 방공협정을 지나치게 이념적 틀로만 해석하며 실질적인 대응에 실패했다. 이들은 협정을 단순히 소련 견제를 위한 움직임으로 간주하고, 독일 및 일본의 확장 정책을 억제하기보다 유화정책(Appeasement)을 통해 갈등을 회피하려 했다. 그 결과 히틀러는 오스트리아를 병합(안슐루스), 체코슬로바키아를 점령했고, 일본은 중국에서 난징대학살 등 잔혹한 전쟁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결국 방공협정은 단순한 외교적 제스처가 아니었다. 그것은 평화를 가장한 침략의 전주곡이었으며, 국제사회가 그 본질을 간파하지 못한 결과는 곧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면, 방공협정은 다자간 군사협력 체제가 어떻게 외교적 장막 아래에서 형성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는다. 이처럼 방공협정은 단순한 반공동맹이 아닌, 제국주의 세력이 손잡고 세계 전쟁을 향해 나아가는 전략적 기획의 일환이었다. 이 외교적 사건은 2차세계대전의 시작을 알리는 전주곡이었으며, 그 실체를 간파하지 못한 국제사회의 무대응은 파시즘의 야욕을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방공협정은 명백히 2차세계대전의 전초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