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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촌마을의 이야기들을 찾다, 기억하다

[앵커] 산업화 시대, 국토개발을 거치면서 많은 마을이 사라졌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진데요, 김해에서 곧 사라질 마을 아쉬워하며 기록에 나선 사람들을 현장 속으로에서 만났습니다. [리포트] 지역을 개발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마을이 있습니다. 마을이 없어지면 추억도 사라질까 아쉬워 마을의 역사와 추억을 기록하는 일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먼 훗날 마을의 아름다운 삶과 따뜻했던 이웃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사람들- 이들의 추억 기록 현장에 동행했습니다. 낙동강을 낀 조용한 시골마을. 130여 가구가 낙동강 모래밭을 일구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이곳에 첨단산업단지가 들어서게 되며 마을이 통째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주민들은 이제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데요. 주민들은 매일 마을 입구에서 예전 기억을 떠올리며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인터뷰] 김순이/91살/김해시 대동면 평촌마을 "어느 집에서 가건물을 지었거든. 거기서 불이 났어요. 말도 못하지. 그렇게 살다가 다 자기네들 노력해서 힘을 써 가지고 오두막도 짓고, 좋은 집도 짓는 사람 있고, 농사도 짓고, 부모들 모시고 이때까지 사는 거지요." 평촌마을로 시집 온 김방란씨. 남편이 태어나고 자란 집에서 신혼 생활부터 시작해 아이들까지 다 키웠습니다. 개발이 시작돼 집이 사라지면 집에 깃든 기억과 추억까지 모두 다 지워져 버릴까 두렵습니다. [인터뷰] 김방란/김해시 대동면 평촌마을 "(남편은) 할아버지 때부터 살았으니까 백년 정도는 됐을 겁니다. 여기 살았던 것이요. 지금 이사 간다 하니까 다른 분들하고 헤어지고 이러니까 너무 진짜 힘들고, 정신적으로 힘든 게 많습니다." 평촌마을에서는 아쉬움 가득한 주민들을 위해 마을의 삶과 추억을 기록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전상규 씨는 주민들의 집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집 앞에서 사진으로 기록을 남깁니다.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며 마련한 집 한 채이기에, 이들에게 평촌마을 집의 의미는 더없이 각별합니다. [인터뷰] 전상규/사진작가 "프로젝트가 내 집 앞에서 찍는 건데, 어머님 아버님들이 가지고 있는 삶이 고스란히 집에 다 녹아 있거든요. 추억을 남긴다는 부분은 소중한 가치라고 봅니다." 사진과 함께 또 다른 기록 활동도 벌어집니다. 대동면 출신 사람들로 모여진 '대동사람들'은 사라지는 마을의 기억을 남기기 위해 평촌마을 책 만들기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덕희/대동사람들 기획팀장 "마을이 없어지는 것을 보고, 없어지기 전에 기록하고 남겨야 되겠다 그리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희생하시는 분들한테 예우가 갖춰진 어떤 행사를 좀 했으면 좋겠다 해서 행사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책 작업을 위해 자료조사차 취재에 나서는 길입니다. 오십 여 년 전, 고향으로 다시 내려온 성명환 씨는 평촌마을에서 부인을 만나 결혼했습니다. [인터뷰] "(어머님 하고는 여기 와서 어떻게 만나셨어요?) 우리 중매 결혼했지. 내가 좋아서 따라 다녔지." 어려운 시절, 모래밭을 일궈 농사지으며 자식 둘 키워 결혼도 시켰습니다. 이제 좀 살만하다 싶은데, 이곳을 떠나야 한다니 마음이 답답합니다. [인터뷰] 김필도/김해시 대동면 평촌마을 "어디 낯설은 곳에 가서 전세 얻어 낯설고 물설은 곳에 가서 살겠습니까. 우리는 고향 떠나지 말고 여기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나이 많은 주민들은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불안하기만 한데요. 마을의 추억을 기록하는 일을 통해 어르신들의 다친 마음이 치유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경남/대동사람들 대표 "평촌마을 분들이 원래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똘똘 뭉쳐서 그동안 잘 이겨내셨어요. 다시 힘을 얻고, 앞으로 살아갈 수 있는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평촌마을 사진전은 다음 달 진행될 예정인데요. 고향에서의 소중했던 기억들이 모두의 마음속에 깊이 남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인터뷰] 이환배/김해시 대동면 평촌마을 이장 "앞으로 난관이 많이 있는데, 이런 과정을 잘 극복하고 사진전을 통해 더 화목한 마음을 가지고 끝까지 우리 하는 일에 협조해주면 고맙겠습니다. "노인 한 명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습니다. 개발의 이름으로 마을의 역사와 주민의 터전과 그 안에 담인 이야기가 사라지게 더 없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때문에 평범한 시민들의 삶과 추억을 기록하는 작업이 더없이 소중한 자산을 만드는 큰일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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