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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의 입] ep12. 북한에게 인질 잡힌 대한민국(feat. 스톡홀름 신드롬)

북핵 폐기 협상은 본질적으로 인질협상이다. 북한은 인질범이고, 인질범이 손에 쥔 무기는 핵탄두이고, 한국 국민은 인질, 미국은 경찰 겸 저격수 겸 인질협상가다. 북한은 스스로 핵 폐기할 가능성이 제로다. 그나마 북한 핵 위협을 줄여보려는 과정도 대단히 복잡하게 꼬인다. 미국과 북한과 한국은 어떤 역학 속에서 움직이고 있을까. 외교·안보 협상으로 보면 이해 불가다. 그러나 ‘인질협상’으로 보면, 그 거래 구조가 매우 알기 쉽게 드러난다. 이번 주 들어 드디어 우리 국가정보원이 인정했다.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에서 핵·미사일 관련 활동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북한이 노동·스커드 같은 단거리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 소형화 기술 개발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정원 김상균 2차장이 국회에서 밝힌 내용이다. 각각 핵탄두를 100개씩 가진 두 나라가 핵 협상을 할 때는 ‘군축협상’이다. 북한은 미국을 상대할 때 군축협상 구도로 이끌려고 한다. 핵 군축협상은 핵보유국끼리 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핵탄두 60개, 한국은 0개일 때 남북 대화는 인질협상을 닮는다. 한반도 핵 협상은 본질적으로 인질협상이다. 핵 인질은 한국 국민이다. 한국 국민은 핵 인질극의 제1 참관인이면서 동시에 인질이다. 인질범은 핵을 가진 자다. 핵단추를 누를 수 있다고 호언하는 자다. 인질범의 요구 사항은 대개 두 가지다. 하나는 인질의 몸값, 돈이다. 랜섬이다. 다른 하나는 자신들의 안전한 도주다. 인질범과 협상을 벌이는 주체는 전문 인질협상가다. 북한과 미국이 벌이는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은 인질범처럼, 미국은 인질협상가처럼, 그런 대응 기법을 쓰고 있다. 예를 들어 트럼프의 행동은 FBI 인질협상 매뉴얼을 상당 부분 따르고 있다. 그 첫 번째는 인질범 얘기를 잘 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김정은 친서를 받으면, 역사적이다, 감동적이다, 심지어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라면서 칭찬해준다. 인질이 인질범에게 공감을 느끼게 될 때 ‘스톡홀름 신드롬’이라고 한다. 처음엔 불안 증세를 보이던 인질은 조금 시간이 흐른 뒤 마치 어린아이가 된 듯 퇴행적 성향을 보이면서 인질범에게 의탁하려고 한다. 인질범과 눈을 맞추려 하고 잘 보이려고 한다. 인질범은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인질에게 총을 보여주기도 하고, 가까이 다가와 총을 만져보게도 한다. 인질범은 인질에게 이번 사태가 끝나면, 이 총을 갖고 우리 함께 사냥을 즐겨 보자고도 한다. 우리 주변에도 북한이 개발한 핵무기는 결국 우리 민족의 공동 소유가 되는 날이 오지 않겠느냐고 하는 사람이 있다. 인질의 몸값은 한 번에 건네기도 하고, 몇 차례 나눠서 갈 수도 있다. 제재 해제, 이것은 몸값의 일종이다. 경제지원, 경협, 민간투자 등등 어떤 이름을 갖다 붙이든 몸값이다. 대개 인질이 낸다. 경찰이나 인질협상가가 내지 않는다. 북한이 핵을 감축하는 과정에 북한에 갖다 주는 경제 지원은 인질인 한국이 하는 것이지, 경찰 역할을 맡은 미국이 하는 게 아니다, 이게 트럼프의 생각이다. 인질범은 몸값과 별도로 경찰에게 몇 가지 요구를 한다. 건너 편 빌딩 옥상에 엎드려 있는 저격수를 치우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도주할 수 있는 차량이나 헬리콥터를 요구한다. 북한은 ‘선제 타격’ ‘외과적 수술’ ‘예방 타격’ ‘참수작전’ 같은 어떤 군사적 옵션도 앞으로 없다는 확약을 받고 싶어 한다. 미국의 전략 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되는 것도 하지 말라고 한다. 다시 말해 옥상에 저격수가 사라졌다는 것을 확인하려 할 것이다. 도주 헬리콥터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는 문제도 신변 안전 보장, 체제 보장, 종전 선언, 평화 협정도 같은 맥락이다. 저격수 치우고, 도주용 차량 준비해놓고, 공항에 비행기 시동 걸어놓고, 같은 순차적 도주로 확보 요구와 비슷한 코스를 밟고 있다. 인질 쪽에서는 빨리 몸값을 지불하려고 한다. 경찰은 인질범이 총을 내려놓으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일방적인 협상은 없다고 한다. 인질은 경찰을 원망하기 시작한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 트럼프가 답답하고 원망스러울 것이다. 인질은 경찰이 하지 말라는 선을 넘어서서 인질범과 별도의 협상을 벌이려고 한다. 미국은 문재인 정부에게 과속하지 말라고 경고를 한다. 인질은 경찰이 만류하는데도 불구하고 인질범을 따로 만난다. 인질은 인질범이 혹시라도 화를 낼까봐 전전긍긍한다. 인질이 인질범을 대변하는 듯 그런 일도 벌어진다.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몰 미사일 기지, 미국에서는 북한이 기만했다고 하고, 청와대 대변인은 기만이 아니라고 한다. 북핵 협상을 인질협상으로 보고, 스톡홀름 신드롬을 떠올리면, 이런 상황이 금세 이해된다. 이런 일은 앞으로 계속 될 것이다. 🔸 조선닷컴 공식 홈페이지 http://www.chosun.com 🔸 조선비즈 공식 홈페이지 http://www.biz.chosun.com 🔸 공식 페이스북 :   / chosun   🔸 공식 트위터 :   / chosun   ◈ 사실에 대한 믿음, 할 말을 하는 용기. 조선일보◈ #조선일보 #김광일의입 #북한 #조선 #시사 #뉴스 #정치 #김광일 #김정은 #인질 #북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