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노련하게 마무리하는 일곱 가지 방법, скачать в хорошем качестве

시를 노련하게 마무리하는 일곱 가지 방법,

#시낭송 #시쓰기 #신춘문예 2. 마무리를 노련하게 하는 일곱 가지 방법 ● 시의 마무리 법칙은 단 하나다. 시의 핵심을 다 말해 주지 않고 여운을 남기면서(정서를 암시하면서) 마무리 짓는다는 것이다. 마무리를 노련하게 하는 방법 1. 독자의 몫을 아주 적게 남기는 형태 기억에도 순서가 있다 어머니가 자꾸 집전화번호를 잊어버린다 관리비고지서의 행방은 냉장고에 리모컨은 반찬통 안에 그러니 어머니의 첫 번째 남자가 문제다 잃어버린 화투 한 장은 패를 맞춰봐야 안다지만 집도 잃어버리는 오작동은 누가 복원한단 말인가 그러니 아버지가 더 문제다 아버진 어머니와 단둘이 화투를 치면서도 끝내 패를 보여주지 않고 떠났다 어머니의 순수마저 가져간 첫이면서 끝이려는 남자 죽음의 순서마저 정해놓고 기다리는 끝이면서 첫이려는 진짜 진짜 나쁜 남자 ― 하린, 「순서의 순서」 뒷부분, 『야구공을 던지는 몇 가지 방식』, 문학세계사, 2009. ● 시인 지망생이 가장 삼가야 할 마무리는: 완성도를 높이고 싶은 마음에 시적 대상을 규정하여 독자에게 여운을 주지 않고 닫힌 결말로 마무리하는 것. ////////////////////////////////////////////////// 마무리를 노련하게 하는 방법 2. 독자의 몫을 많이 남긴 형태 다른 사람들은 웃지 않고 어떻게 마주 앉을 수 있는 걸까 애인은 어떤 식으로 생기는 걸까 ― 임승유, 「계속 웃어라」 뒷부분, 『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봐』, 문학과지성사, 2015. ● 설의법으로 마무리하면 정서적 파장을 더욱 부각시켜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는 여백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직장 내 성폭행 피해자의 담담한 태도가 던지는 질문이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직장 내 성폭행이 일회성이 아닌 느낌을 주고, 성폭행 가해자만 있고 사랑하는 사람인 진짜 애인은 없는 피해자의 비극적 정황도 느끼게 한다.) ////////////////////////////////////////////////////////// 마무리를 노련하게 하는 방법 3. 상승의 정서로 강렬하게 마무리하는 형태 하루 종일 이천 개도 넘는 수나사가 암나사와 만난다 나사들은 화려한 디자인에 갇혀 죽었고 생각은 모두 단순화되어 규격 박스 안에 담긴다 더러는 조인 나사를 풀고 싶어 떠났던 녀석도 있다 조금 더 안쪽의 중심부품으로 살아 보겠다고 라인을 자꾸 변경하다 다시 아웃사이더로 밀려난 옥탑방 구석에 버려진 소주병 같은 녀석들 그 녀석들 다 돌아와 라면에 소주를 마시고 포르노를 본다 온몸이 전부 나사인 세상을 향해 울부짖는 청산가리 사내들 신나를 들이붓고 싶은 밤을 지난다 ― 하린, 「온몸이 전부 나사다」 뒷부분, 『야구공을 던지는 몇 가지 방식』, 문학세계사, 2009. (하청에 하청을 받아 생활하는 저임금 노동자의 비애) ● ‘비애 → 울분 → 분노’로 상승, 그리고 더 상승할 것 같은 분위기를 표현하고 강렬하게 마무리하고 싶을 때 유용하다. /////////////////////////////////////////////////////////// 마무리를 노련하게 하는 방법 4. 하강의 형태로 잔잔하게 마무리하는 형태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이제는 노을이 낸 길을 따라 돌아가야 한다. 양 손에 하루치의 품삯을 들고 발목을 잡아끄는 뻘과 뻘을 떨쳐버리는 굽은 등의 싸움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노란 비옷과 물신과 고무줄로 단단히 여미고 조였던 무장이 천천히 해체되는 저 무거운 반복 허리를 뒤틀며 가라앉는 갯벌 위에 쓰는 자꾸만 되감기는 느리고 고된 문장을, 읽을 수 없다 ― 신덕룡, 「물때를 읽다」 전문, 『아름다운 도둑』, 서정시학, 2013 (갯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물때가 돼서 되돌아가는 풍경) ● 차분한 태도가 독자 앞에 펼쳐진 풍경을 정서적으로 천천히 받아들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고된 노동을 향한 연민 의식을 천천히 느낄 수 있게 한다. ● 순수 서정시나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하는 자연 서정시의 경우 차분하게 마무리 짓는 방식을 택하면 시인의 의도한 정서를 전달하고, 잔잔한 여운까지 줄 수 있다. /////////////////////////////////////////////////////////// 마무리를 노련하게 하는 방법 5. 정황이 완결된 느낌을 주면서 마무리되는 형태 헤어질 때 더 다정한 쪽이 덜 사랑한 사람이다. 그 사실을 잘 알기에 나는 더 다정한 척을, 척을 척을 했다. 더 다정한 척을 세 번도 넘게 했다. 안녕 잘 가요. 안녕 잘 가요. 그 이상은 말할 수 없는 말들일 뿐. 그래봤자 결국 후두둑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일 뿐. ― 이제니, 「후두둑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일 뿐」 뒤부분, 『아마도 아프리카』, 창작과비평, 2010. 종이는 상처를 끌어안은 채 잔뜩 웅크리고 있다 내 눈동자에서 어떤 적의를 발견한 듯이 구겨진 몸을 다시 펼치지 말라는 듯이 품 안에서 겨우 잠든 어둠을 깨우지 말라는 듯이 ― 유병록, 「구겨지고 나서야」 뒷부분, 『목숨이 두근거릴 때마다』, 창작과비평, 2014. ●생략법의 효과: ①자연스럽게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② 세련된 마무리의 느낌을 준다. ● 완결된 마무리인 것처럼 보이지만 생략법을 사용해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생략된 부분을 독자들이 채워 넣으며 정서를 음미하게 만든다. ● 시상의 전개가 완결된 느낌을 주는 상태로 자신의 시가 끝날 것 같으면 서술부의 생략을 통해 여운을 발현시키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 마무리를 노련하게 하는 방법 6. 전개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마무리하는 형태 간밤 그녀가 흘려보낸 소리들이 내 방에 와선 탱탱하게 부풀었던 걸 들키기라도 한 듯 덩달아 붉어져서는 내 쪽에 있던 비누를 가만히 그녀 쪽으로 놓아주었다 ― 박완호, 「목련여인숙」 뒷부분, 『현대시학』, 2013년 11월호. ● 더 전개될 것 같은 마무리는 독자에게 상상하는 즐거움을 준다. ///////////////////////////////////////////////////////// 마무리를 노련하게 하는 방법 7. 그 밖의 마무리 예시 ● 다음 시들은 어떤 방식의 마무리들일까? 운동장에 서 있었지. 너는 운동을 권유하는구나, 운동이 무거워 운동장을 본다. … (중략) … 운동장에 서 있었지. 나는 지금 내가 알지 못하는 운동이 되어 지나가나 보다. ― 이수명, 「운동장」 부분, 『마치』 문학과지성, 2014. 벽돌은 벽과 돌의 합성어다 … (중략) … 벽돌은 벽과 돌의 합성어이지만 쓰는 방식에 따라 이름을 달리한다 ― 박찬세, 「벽돌의 방식」 부분, 『문학・선』, 2014년 겨울호. ● 처음에 언급한 부분을 마지막 부분에 다시 되새기며 마무리하는 형태를 쓸 때는 반드시 뒷부분에 변화 주기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식상한 느낌을 준다. ----------------------------------------------------------- 한 자세로 녹이 슬었으므로 천 갈래 만 갈래로 흘러내린 생각이 이제, 어디 가닿는 데가 없어도 반짝이겠다 ― 최찬상, 「반가사유상」 뒷부분, 201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우리는 눈 내리는 소리처럼 말하자. 나는 너한테 안 들리는 소리처럼 말했다가 죽은 새처럼 말했다가 죽은 새를 두 손으로 보듬고 걸어가야지 ― 김행숙, 「새의 위치」 뒷부분, 『에코의 초상』, 문학과지성사, 2014. ● ‘~일 것이다’, ‘~이겠지’, ‘~이겠다’, ‘~해야지’ 등과 같은 미래형 어미를 사용해서 마무리를 지으면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미래의 순간을 떠올리게 된다. 또한 열린 결말을 얻어 내는 효과도 있다. -------------------- 새파란 하늘에서 눈과 비가 쏟아진다 불을 끄고 있으니 나는 젖어 가는 꿈속이다 나쁜 일처럼 당신들에게 번지기 시작한다 ― 김지녀, 「나쁜 일」 뒷부분, 『시작』, 2013년 겨울호. ● 동적인 이미지로 마무리를 지으면 생생한 느낌 때문에 여운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