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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metaphor)란 정확히 무엇인가?

수사학이란 온통 복잡하고 기묘한 용어들뿐이다. 하지만 은유는 비교적 익숙한 용어이다. 즉 어떤 사물에 빗대어 다른 것을 가리키는 것을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떤 말이 일반적 문맥에서 쓰이는 의미와 다른 의미로 쓰이면 메타포라 하였다. ‘은유는 이성을 유혹한다’고 말하는 철학자가 있을 정도로 철학과 은유는 깊은 연관이 있다. 은유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것 중에 기호가 있다. 다만 기호는 기호 자체가 갖는 의미는 없다. 이를테면 주차금지 표지판은 눈에 띄어야 하지만 표지판 그 자체에만 눈이 쏠리게 되면 본래 기능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은유에서는 은유를 담아내는 ‘그릇’에 해당하는 기호 자체도 의미를 가진다. 이를테면 ‘그릇’ 자체가 갖는 의미와 기호가 갖는 의미가 서로 겹친다. 여기에 은유의 매력이 있다. 이처럼 어떤 것을 방편 삼아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알레고리(우의)와 비슷하다. 여러 종류의 은유 중 언어적 은유를 생각해보자. ‘높고 날카로운 소리는 벌처럼 나의 의식을 쏜다’는 직유이다. 소리와 벌이 아직 각각 두개의 사항으로 분리, 대비되어 표현화된다. 그러나 ‘높고 날카로운 소리는 벌이었다’ 같이 은유적으로 표현하면 그 구분은 사라지고 소리와 벌의 개념이 서로 겹쳐서 나타난다. 소리에 벌이, 벌에 소리가 연상되어 개념적으로 풍성해져서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철학에서는 은유적 사고가 암묵적이거나 암시적으로 사용되어왔다. 다만 조심해야 할 것은 은유로 사물을 생각하면 자기도 모르게 사고의 방향이 정해져버린다는 것이다. 우리는 논리적으로 사고하기보다 이미지나 은유로 사고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이미지나 은유가 사고의 폭을 제한할 수도 있다. 철학에서 특히 자주 쓰이는 예는 빛과 눈을 사용한 은유적 표현이다. 플라톤이 『국가』에서 동굴에 비유한 표현은 유명하다. 인간은 동굴 속에 갇혀 벽에 비친 그림자만 보고 있다. 하지만 동굴에서 나와 태양의 빛 속으로 한 걸음 걸어들어가면 백일하에 진리가 낱낱이 드러나 보인다. 그리고 지금까지 보아온 것이 거짓임을 깨닫게 된다. 그럼 진리란 눈에 보이는 것인가. 아니면 진리를 판단할 수 있는 인간의 이성은 ‘빛’인가. 물론 그렇지는 않다. 진리를 이처럼 빛의 이미지로 파악하려는 것 자체가 특정 문화에 얽매인 관념이라는 것도 잊지 말자. 이러한 문화적 규정성, 철학적 역사를 배경으로 한 ‘사연’에 민감해지자. 서양철학의 전통으로 계속 이어져온, 빛을 진리로 보는 형이상학이 진리를 구하는 타당한 접근방법이라고는 이제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이 무너지는 것을 익히 봐왔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인간의 신체구조에서 나온 은유이다. 우리는 흔히 ‘머리’ ‘위’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가. 이에 대비되는 것이 발과 아래이다. 머리는 지배하고 발은(마지못해) 따른다. 왕을 머리로 보는 ‘사회유기체론’ 등 신체의 이미지를 직접 사용하는 예가 아니더라도 신체는 우리 사고에 밀착되어 있는 은유인 게 분명하다. 우리의 사고방식 속에 암묵적으로 형성되어 은유의 강력한 힘을 지적한 이가 바타유이다. 「엄지발가락」이라는 논문에 다음과 같이 재미있는 문장이 있다. “신체 내부는 혈액이 위에서 아래로, 다시 아래에서 위로 같은 양이 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승하는 것은 가치가 있고 우월하다고 생각하며 인간생활을 상승에 맞추려 한다. 이 세상을 지하에 있는 지옥과 더러움이 없는 천국으로 나누려는 태도는 이제 영겁 불멸의 사고 방식이다. 빛과 하늘은 선의 원리로, 땅과 어둠은 악의 원리로 여긴다. 인간의 생활에는 불결한 것에서 이상적인 것으로, 이상적인 것에서 불결한 것으로 넘나드는 사실에 대한 분노, 발과 같은 저열한 기관에 대한 분노가 담겨 있다.” 위와 아래를 은유에 끌어들이는 순간 오해가 생기고 사고가 제한된다. 사실 은유는 과학적 인식에 있어서도 위험한 유혹이다. 은유에는 사고를 제한하는 소극적인 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니체처럼 은유를 구사하여 사고를 전개한 ‘수완가’도 있다. 그는 철학자를 거미에, 학문을 상아탑에, 개념체계를 벌집에 비유하였다. 근사하지 않은가. 하지만 니체는 은유를 이용해 단순히 개념을 형상화하고 말만 바꾸려 한 것이 아니다. 그는 은유적 표현으로써 자신의 사고를 발전시킨다. 마치 사고 자체를 은유의 형태로 그대로 실행해 옮기는 듯이 보인다. 니체는 개념은 은유의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은유는 개념의 ‘모태’ 구실을 한다. 니체는 은유처럼 눈에 보이는 형태로 사고를 조직하는 것을 좋아한 모양이다. 다만 이러한 은유는 전통적 논리학으로는 파악할 수 없다. ‘여성은 태양이다’라고 한 일본의 원로 페미니스트의 표현도, ‘나는 여자다’라고 비밀을 털어놓은 여자 재판관의 표현도 논리학에서는 ‘예외적인 표현’으로 배제된다. 논리학은 ‘뭐는 뭐뭐와 같다’라는 직유는 취급한다. 하지만 카테고리적 오류에 해당하는 은유는 그저 팔짱 끼고 지켜볼 뿐이다. 이상한 일이다. 논리학만이 아니다. 체계적인 사고나 형이상학 사고에서도 은유는 부적절하다고 여긴다. 이 문제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예가 데리다와 설(J.R. Searle)의 논쟁일 것이다. 설은 일상언어학파 학자인 오스틴의 사상을 이어받은 인물이다. 그는 철학의 영역에서 은유를 배제하고자 하였다. 은유와 같은 표현은 일상생활에서도 ‘참되지 못한 것’이며, 철학적 고찰에서는 무시해야 마땅하며 무책임하고 진리에 반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데리다는 여기에 이의를 제기한다. 데리다는 니체와 마찬가지로 은유를 철학체계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철학적 개념의 바탕을 이루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데리다는 『철학의 여백』에서 이렇게 적시했다. “은유는 모든 본질적인 특징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고전적인 철학적 재료이고 형이상학적인 개념을 지녀왔다. 그러므로 이것은 철학의 일반적인 은유학의 영역에 포함된다. 철학의 모든 은유적인 가능성을 포괄하여 이를 분류하려고 해도 가장 중요한 은유가 배제되어 체계의 바깥에 남겨질 뿐이다. 도저히 그것 없이는 은유라는 개념이 형성될 수 없는, 결국 연쇄적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표현한다면 은유라는 은유이다.” 원래 서양철학 이론의 바탕에는 빛과 눈의 은유가 있다. 그리고 개념의 밑바탕에는 ‘잡다’라고 하는 은유가 있다. 즉 개념이나 이론이 생겨난 것은 뿌리에 은유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철학은 은유와 손을 끊을래야 끊을 수 없다. 떨쳤다고 생각하는 순간 등뒤에서 잡히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