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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루 나무 그늘 밑에는 평상이 놓여 있고, 오가는 길에 뙤약볕을 피해 퍼질러 앉은 동네 사람들은 부채를 부치며 흐르는 시간을 잊기도 했을 것이다. 내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면 불러 세우기도 했다. “집에 가니?” 집으로 가는 길을 빤히 아는 사람들이라서 그렇게 말을 걸었다. 나는 그런 마을에서 살아본 적이 없지만, 전생처럼 그런 마을은 떠나온 고향의 풍경 같다. 그곳에서 나는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집으로 갔지. 자전거를 타고 장을 보러 갔고, 멀리 떨어진 친구에게 소포를 부치기 위해 우체국 문을 열고 들어간 날도 있었어. 그런 시간은 어쩐지 영원히 구르는 바퀴 같지만, 나는 그곳에 없네. 내가 떠나고, 자전거는 한 그루 나무에 기대어 누굴 기다리는 것처럼 한참 멈춰 있었겠지. 누구라도 저 자전거의 차륜을 굴리며 한 그루 나무의 봄여름가을과 또 한 번 눈 내리는 겨울을 지나가도 좋을 거야. 언젠가는 이 그리움도 멈출 테지만. _시인 김행숙 _작가: 허수경 _출전: 『혼자 가는 먼 집』(문학과지성사, 1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