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호 자전거 скачать в хорошем качестве

달팽이호 자전거

겨울 담쟁이 엉겨붙은 바람벽에 자전거 한 대 기대어 있습니다. 네 집을 돌고돌아 달팽이골에서 호흡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천변의 복덕방 앞에 우두커니 서있던 자전거. 손님이 오면 골목골목 누비며 사람과 사람, 집과 집을 이어주며 복을 나누었습니다. 달팽이골에 둥지튼 여인이 소소한 일상에 발처럼 쓰려고 데려왔습니다. 먼지 털고 기름칠해서 동반자로 삼았습니다. 안다랑미 김 씨가 운동 삼아 탄다고 가져갔습니다. 3도 경사 오르막에 장단지 쥐나고 엉덩이 뻐근하다 투덜거리며 뒤꼍에 두었습니다. 새 인연 보름 만에 퇴물이 되어 녹슬어 갔습니다. 보다 못한 역재마을 맥가이버 청년이 와서 스타렉스에 실어갔습니다. 그 손만 거치면 멈췄던 게 돌아가고 이것저것 매달아 새 얼굴로 거듭났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어찌어찌 사연이 이어져 달팽이골 여인을 만났습니다. 몸짱으로 거듭난 자전거는 여인과 함께 달팽이골로 돌아왔습니다. 돌고돌아 드나들던 골짜기가 신도시 개발 덕에 골주름을 폈지만 달팽이호 자전거는 굽잇길의 기억을 간직한 채 인연 따라 돌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