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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봉투는 20년 동안 서랍 속에 있었습니다. 누렇게 바랜 종이 위에 적힌 이름 석 자. 둘째 아들, 재원. 어머니의 손이 떨립니다. 10억의 비밀을 품고 아무 말 없이 떠난 아이였습니다. 가족들은 돈에 불만 품고 떠났다고 말했습니다. 20년 동안 전화 한 통, 편지 한 장 없었습니다. 명절에도, 어머니 생신에도, 아버지 제삿날에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어머니가 쓰러진 날, 오래된 서랍 깊숙이 숨겨져 있던 이 봉투가 나왔습니다. 안에는 아버지의 만년필로 쓰인 편지 두 통. 이 편지를 여는 순간, 20년의 오해가 산산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2024년 겨울, 서울 변두리 낡은 아파트 단지입니다. 구급차 사이렌이 복도를 가득 채웠습니다. 82세 김순옥 여사가 부엌 바닥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옆집 할머니가 발견했을 때, 왼손에는 오래된 사진 한 장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두 아들이 나란히 서 있는, 20년도 더 된 사진이었습니다. 첫째 아들 재혁이 병원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55세, 건설회사 상무. 넥타이를 고쳐 매면서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아내 미정에게 말했습니다. '어머니가 쓰러지셨대. 병원 가기 전에 집에 들러서 보험증 좀 찾아야 해.' 미정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차 안은 내내 조용했습니다. 이런 의미 있는 이야기를 더 많이 전하고 싶습니다. 구독과 좋아요가 큰 힘이 됩니다. 현관문을 열자 김치찌개가 탄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가스레인지 위에는 까맣게 눌어붙은 냄비가 올려져 있었습니다. 미정이 가스를 잠그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어머니 혼자 사시게 하면 안 된다니까요.' 재혁은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안방으로 들어가 서랍을 열었습니다. 보험증, 주민등록증, 통장. 서류들 사이로 어머니의 삶이 구겨져 있었습니다. 병원 영수증, 약 봉투, 손주들 돌잔치 사진. 그때 재혁의 손끝에 뭔가 걸렸습니다. 서랍 바닥이 살짝 들려 있었습니다. 이중 바닥이었습니다. 누가 일부러 만들어 놓은 것처럼 합판이 덧대어져 있었습니다. 손가락을 넣어 들어올리자 숨겨진 공간이 나타났습니다. 누런 봉투 하나. 그리고 아버지의 만년필. 재혁의 심장이 멈춘 것 같았습니다. 이 만년필은 아버지가 매일 일기를 쓰시던 물건이었습니다. 장례식 때 관에 넣어드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여기 있습니다. 20년을 이 서랍 속에서 잠들어 있었습니다. 봉투를 집어 들었습니다. 위에는 아버지의 글씨가 적혀 있었습니다. 재원에게. 둘째 동생의 이름이었습니다. '여보, 이것 좀 봐.' 미정이 다가와 봉투를 살펴봤습니다. 봉투는 한 번도 열리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풀칠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시아버님 글씨네. 재원이한테 쓴 편지인데... 왜 안 보냈을까.' 재혁의 손에 만년필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캡을 열어보았습니다. 잉크가 말라붙어 있었습니다. 20년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굳어 있었습니다. 형광등 불빛 아래 봉투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습니다. 재혁은 봉투를 품에 넣었습니다. 먼저 어머니에게 물어봐야 했습니다. 이 편지가 왜 20년 동안 서랍 속에 숨겨져 있었는지. 그리고 아버지의 만년필이 왜 관 속이 아닌 여기에 있는지. 병원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재혁은 백미러 너머로 아파트를 바라봤습니다. 어머니가 20년 동안 혼자 지킨 그 집. 그 서랍. 그 비밀. 바깥에는 첫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20년 전, 아버지 박종수의 장례식이었습니다. 향 연기가 빈소를 가득 메웠습니다. 조문객들이 하나둘 빠져나간 밤, 거실에는 가족만 남았습니다. 어머니 순옥, 첫째 재혁, 둘째 재원, 그리고 첫째 며느리 미정. 재혁이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아버지 서류 정리하다가 알게 됐어. 우리가 모르던 부동산이 있더라.' 테이블 위에 서류를 펼쳤습니다. 경기도 외곽의 토지 두 필지. 시가로 따지면 10억이 넘는 금액이었습니다. 아무도 몰랐던 아버지의 비밀 재산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찻잔이 딸그락 소리를 냈습니다. 손이 떨리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그런 땅을 갖고 계셨어?' 재혁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등기부등본 확인했어. 아버지 명의가 맞아. 이걸 어떻게 할지 얘기해야지.' 재원은 빈소 구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32세, 작은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형과 달리 말이 없는 사람이었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