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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휘어졌어 색이 낯설게 번지고 공기가 살짝 긁히는 느낌이 나네 귀는 멀어 있는데 머릿속에서는 잔음 같은 미세한 떨림이 천천히 흘러내려 손끝이 서늘해지고 피부 아래로 낯선 진동이 작게 스며오고 몸은 내 신호를 반 박자씩 비껴 읽어가네 입 안엔 금속의 맛 쓴 기운이 목 안쪽에 얹혀 있고 말을 꺼내려 하는데 혀가 무게를 잃은 듯 움직이지 않네 현실은 살짝 눕고 커튼은 느린 숨처럼 흔들리고 벽은 아주 미세하게 내 쪽으로 기울어오네 “아… 절망이 내 형태를 다시 만들고 있었네.” 걸음을 멈추는 순간 발바닥의 감각이 조용히 식어가고 정면을 보는데 몸은 옆으로 천천히 밀리듯 기울어지고 뒤틀린 곡선들이 서서히 직선의 모양으로 재정렬되네 혼돈의 감각 속에서 내 영혼은 가라앉듯 자리로 돌아가고 막혀 있던 벽은 안쪽으로 부서지며 내려앉고 불쾌한 냄새는 형체를 잃고 희미한 잔류감만 조용히 남아 있고 대신 낯선 어둠 하나가 내 안쪽에서 짧은 맥동으로 모양을 잡아가네 천천히 하지만 또렷하게 추악했던 잔재가 절망과 함께 아래로 가라앉고 쏟아지는 차가운 빗물 속에서 내 영혼이 조용히 젖어가고 그리고 받아들이네 절망의 결 사이에서 아주 미세하게 돋은 새로운 형상이 내 깊은 곳에서 느리게 숨을 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