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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의도: 〈어서와요 스위트 왕국으로〉는 스위트 왕국의 요정이 되어 디저트를 매개로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오가는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각 회차는 하나의 스위트를 중심으로 작은 해프닝과 이야기를 풀어내며, 반복되는 일상 속에 잠시 달콤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하고자 한다. ANN: 김지안 PD: 박채영 지안: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곳은 달콤한 상상으로 가득한 스위트 왕국이에요. 이 왕국에서는 하루가 시작되면 먼저 오늘의 디저트가 정해져요. 재료는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달라지고, 향이 번지고, 층이 쌓이면서 비로소 이름이 붙어요. 그래서 이곳의 디저트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하루의 기록처럼 남아요. 오늘도 왕국 한가운데에는 아직 비어 있는 접시가 하나 놓여 있어요. 어떤 디저트가 그 위에 오를지, 어떤 달콤함이 완성될지 지금은 아무도 몰라요. 다만 오늘의 스위트가 조용히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요. 저는 스위트 왕국에서 잠시 내려온 요정, 김지안이에요. 이 시간 동안 완성된 스위트를 조각 내서 여러분께 건네보려고 해요. 오늘의 디저트에 담긴 이야기를 함께 따라와 주세요. 지금부터 스위트 왕국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어서 와요, 스위트 왕국으로. 지안: 네, 첫 곡으로 백예린의 Maybe It’s Not Our Fault 듣고 왔어요. 이제 스위트 왕국의 비밀 주방 문을 조금 더 열어볼게요.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소리가 아니라 온도예요.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그 사이 어딘가의 공기. 손을 뻗으면 미세하게 서늘한 머랭의 결이 먼저 닿고, 그 위로 부드러운 크림의 기척이 따라와요. 오늘 이곳에서는 크고 화려한 디저트 대신, 차분하게 겹을 쌓아 올리는 스위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요정의 주방에서는 단맛을 먼저 쓰지 않아요. 대신 어떤 질감이 먼저 와야 할지, 어떤 온도가 입안에 남아야 할지, 마지막에 어떤 향이 천천히 올라올지를 먼저 정해요. 그래서 가장 아래에는 바삭한 머랭을 두었어요. 가볍게 부서지지만, 끝에는 단단함이 남는 결이에요. 그 위에는 생크림을 얹어 숨을 고르게 하고, 다시 밤 크림을 천천히 짜 올려요. 크림은 흐르지 않고, 부서지지 않게, 나선을 그리며 조용히 쌓여요.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이 움직임 하나하나가 오늘의 호흡을 결정해요. 서두르지 않고, 겹을 믿고, 천천히. 오늘의 디저트는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어요. 지안: 이제 크림 사이에 작은 변화를 더할 시간이에요. 잘게 다진 밤을 넣고, 그 사이사이에 바닐라 향을 아주 얇게 얹어요. 크게 티 나지 않지만, 한 숟갈 안에서 리듬을 바꿔주는 역할이에요. 밤의 고소함이 먼저 다가오고, 그 뒤를 따라 바닐라의 부드러운 향이 천천히 퍼져요. 빠르게 스쳐 가는 향이 아니라, 입안에 잠시 머물며 다음 겹을 기다리게 만드는 향이에요. 매력은 ‘겹’에 있어요. 한 번에 모든 맛이 쏟아지지 않아요. 바삭함, 부드러움, 고소함, 달콤함이 순서대로 도착해요. 그래서 이 디저트는 빨리 먹기보다, 천천히 내려가며 느끼는 게 더 어울려요. 서두르지 않을수록, 각각의 결이 더 또렷하게 살아나요. 겹과 겹 사이의 미세한 간격이, 오히려 이 디저트의 깊이를 만들어줘요. 숟가락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질감이 조금씩 달라져요. 처음에는 부드럽게, 그다음은 촉촉하게, 마지막에는 바삭하게. 한 겹을 지나 다음 겹으로 넘어갈 때마다, 입안의 온도와 호흡도 함께 바뀌어요. 그래서 이 디저트는 먹는 사람의 속도에 맞춰, 스스로의 리듬을 조정해요. 마지막으로 위에 아주 작은 밤 조각을 올려요. 장식이라기보다는, 이 디저트의 중심을 조용히 알려주는 표시 같아요. 빛을 받으면 잠깐 반짝였다가, 이내 크림 속으로 스며들어요. 눈에 띄지는 않지만,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전체의 균형이 잡혀요. 가장 위에 놓인 작은 조각 하나가, 이 겹들의 방향을 정해주는 셈이에요. 지금 이 디저트는 아직 완전히 굳지 않았어요. 온기와 차가움, 향과 질감이 서로를 알아가는 중이에요. 각자의 속도로 천천히 섞이면서, 자신만의 자리를 찾아가요.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이 겹들은 하나의 이름을 갖게 돼요. 서로 다른 결들이 하나의 형태로 정리되는 순간이에요. 그리고 그때가 되면, 이 디저트는 더 이상 단순한 스위트가 아니라, 오늘 하루의 감정과 호흡을 담은 하나의 기억이 돼요. 손끝에 남은 온기와, 입안에 스친 향까지 모두 모여, 조용히 오늘을 마무리하는 이름으로 남게 돼요. 지안: 네, 노래 듣고 왔어요. 이제 스위트 왕국 시식회로 이어가 볼게요. 조금 전 비밀 주방에서 함께 준비했던 오늘의 디저트, 이제 그 이름을 불러볼 시간이에요. 오늘 우리가 만든 스위트는 바로 몽블랑이에요. 몽블랑은 프랑스어로 ‘하얀 산’을 뜻해요. 이름처럼 부드러운 크림이 산처럼 겹겹이 쌓인 모습이 특징이에요. 멀리서 보면 단순한 곡선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수많은 선과 결이 겹쳐져 있어요. 그 섬세한 결 하나하나가 모여, 이 디저트만의 풍경을 완성해요. 원래 몽블랑은 밤을 중심으로 만든 디저트예요.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프랑스로 전해졌고, 이후 각 나라의 방식으로 조금씩 변해왔어요. 하지만 공통점은 하나예요. 단맛을 앞세우기보다, 밤 특유의 고소하고 차분한 향을 중심에 둔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몽블랑은 처음 한 입보다, 먹고 난 뒤에 더 오래 기억에 남아요. 입안에 남은 향이 천천히 사라지면서, 다음 숟갈을 자연스럽게 기다리게 만들어요. 그래서 몽블랑은 화려하지 않아요. 대신 먹는 사람의 속도를 따라와요. 급하면 급한 대로, 천천히 먹으면 또 그만큼의 시간을 내어줘요. 한 겹 한 겹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조용히 연결돼요. 각자의 자리를 지키면서도, 전체의 균형을 흐트러뜨리지 않아요. 그 덕분에 이 디저트는 어느 순간에도 부담스럽지 않게, 곁에 머물러요. 이 구조가 바로 오늘의 몽블랑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에요. 여러 층이 모여 하나의 흐름을 만드는 것. 그래서 이 디저트는 단단하지 않지만, 쉽게 무너지지도 않아요. 부드러움 안에 중심이 있고, 가벼움 안에 무게가 있어요. 한 숟갈을 떠올릴 때마다, 이 겹들이 만들어내는 조용한 균형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돼요. 그리고 그 균형이, 오늘 우리가 만든 몽블랑의 가장 큰 완성이에요. 지안: 몽블랑에서 또 하나 중요한 건 ‘내려가는 방식’이에요. 위에서 아래로 숟가락을 천천히 움직일수록, 맛의 순서가 또렷해져요. 한 번에 섞지 않고, 겹을 따라 내려가는 이 움직임이 몽블랑을 가장 몽블랑답게 만들어줘요. 부드러운 크림, 고소한 밤, 그리고 마지막에 남는 바삭한 머랭. 이 흐름은 하루를 닮아 있어요. 시작은 가볍게, 중간은 조금 복잡하게, 그리고 끝에는 단단한 무언가가 남아요. 그래서 이 디저트는 먹는 동안 자연스럽게 자신의 하루를 떠올리게 해요. 그래서 스위트 왕국의 요정들은 몽블랑을 만들 때 항상 마지막 겹을 가장 신중하게 다뤄요. 보이지 않는 곳이지만, 그날의 균형을 잡아주는 부분이기 때문이에요. 눈에 띄는 장식보다, 보이지 않는 받침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오늘의 몽블랑도 그렇게 완성됐어요. 눈에 띄지 않지만, 서로를 받쳐주는 겹들. 이 조용한 구조 안에, 오늘 하루의 온도와 호흡을 담아두었어요. 그리고 이 겹들이 천천히 어우러지며, 하나의 이름으로 남게 돼요. 지안: 네, 계속해서 달콤한 슈가 카운셀링 시간이에요. 오늘은 익명으로 보내주신 사연 한 통이 도착해 있어요! - 요즘 이상하게 잠들기 전에 생각이 많아집니다. 낮에는 괜찮은데, 불을 끄고 나면 하루 동안 미뤄둔 생각들이 한꺼번에 떠오르는 느낌이에요.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닌데도, ‘내가 오늘 한 말이 괜찮았나’, ‘이 선택이 맞았나’ 같은 생각들이 계속 이어집니다.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 건 아닌데, 생각이 생각을 부르다 보니 머릿속이 복잡해져요. 하나씩 보면 별일 아닌데, 가닥이 많아지니까 괜히 숨이 답답해집니다. 누가 보기엔 평범한 하루였을 텐데, 저 혼자만 괜히 예민해진 건 아닌지 헷갈려요. 그냥 생각을 멈추면 될 것 같은데, 그게 잘 안 됩니다. 요즘 제 마음은 정리되지 않은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기분이에요. 이게 단순히 피곤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제가 너무 많은 걸 붙잡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 사연 보내주셔서 감사해요. 오늘 이 사연에 건네고 싶은 디저트는 몽블랑이에요. 몽블랑은 밤 크림을 아주 가늘게 짜 올려 완성하는 디저트예요. 한 가닥은 가볍고 부드러운데, 한 번에 다 먹지 않아도 되는 디저트예요. 한 숟갈만 떠도 되고, 잠시 내려놔도 괜찮아요. 겹이 많다고 해서, 모두 한 번에 감당할 필요는 없거든요. 먹다 쉬어도 되고, 쉬다 다시 이어가도 돼요. 그 모든 속도가, 이 디저트에는 자연스럽게 허용 돼 있어요. 사연자분도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해야 할 일, 생각, 감정이 겹겹이 쌓여 있다면, 오늘은 가장 위에 있는 한 겹만 먼저 건드려 보세요. 모든 걸 정리하려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잠시 멈춰 서 있어도, 내려놓아도 괜찮아요. 지금의 속도도, 충분히 잘 가고 있어요. 남들보다 느린 것 같아 보여도, 그 안에는 분명 사연자분만의 리듬이 있어요. 오늘의 몽블랑이 사연자분의 하루를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들어주면 좋겠어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스스로에게 조금 더 다정해져도 괜찮아요 지안: 오늘은 몽블랑을 만들며, 그 안에 담긴 이야기까지 함께 나눠봤어요. 비밀 주방에서 시작된 상상이 시식회와 사연을 지나, 각자의 하루에 작은 온기로 남았기를 바라요.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이 시간이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달콤한 틈이었으면 좋겠어요. 오늘 나눈 이야기와 디저트는 다음 주 다우미디어센터 유튜브와 홈페이지에서 다시 만나보실 수 있어요. 지금까지 제작과 송출에 힘써주신 박채영 PD 수고 많으셨고요, 저는 스위트 왕국에서 함께한 요정, 김지안이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또 다른 스위트를 준비해 돌아올게요. 그럼 오늘도 달콤한 하루 되세요! m1) 백예린 - Maybe It’s Not Our Fault m2) 카더가든 – 나무 m3) 웬디 – Daydream m4) 아이유, 오혁 – 사랑이 잘(With 오혁) m5) 한로로 - 입춘 m6) WOODZ – Human Extinction